[이슈 인 심리학] 충암고, ‘선생’과 ‘스승’의 차이를 보여주다

[이슈 인 심리학] 충암고, ‘선생’과 ‘스승’의 차이를 보여주다

기사승인 2015-10-06 17:37:55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 충암고 전 교장 P씨, 행정실장 L씨, 충암학원 전 이사장 L씨, 용역업체 직원 등 18명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전했다. 발표에 따르면 충암중·고교는 납품받은 식재료를 빼돌리기 위해 종이컵과 수세미 등 소모품을 허위로 과다 청구했고, 식용유를 반복해 재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횡령된 식자재 비용은 최소 1억5400만원에 달했다.

이 학교는 지난 4월에 교감이 급식비를 미납한 학생들에게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내일부터 (학교) 오지 마라”등의 막말을 한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충암고의 ‘비리 역사’는 꽤 깊다.

1996년 11월에는 충암고 이모 이사장이 학교 땅에다 자신 소유의 스포츠센터를 지었고, 교사들을 앞세워 학부모들에게 회원권 강매를 시도했다. 이 스포츠센터 공사비로 학교비 1억 1000만 원을 부당하게 빼내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1999년 12월에는 난방시설 보수비 명목으로 3억5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당시 충암학원 이사장이 구속됐다. 2008년 4월에는 4층 건물에 화장실이 1개 밖에 없었고, 화장실이 있는 1층의 학생출입을 막아 학생들이 2층에서 건물 밖으로 나온 후 화장실을 가는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왜 이렇게 충암고에서는 ‘지속적으로’ 잡음이 터져 나오는 것일까?

‘그림자(shadow)’는 일반 단어이기도 하지만 심리학 용어로도 쓰인다.

이 그림자는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자아’와는 반대되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 지칭한 것이다. 자아는 밝고 그림자는 어둡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성장하면서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그림자를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전인 것이다.

생각에도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이 나눠지고 행동도 그렇다. 그렇다면 왜 누구는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많이 하고, 또 누구는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많이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음의 이야기로 대신하겠다.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사람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단다. 한 마리는 착한 늑대고, 다른 한 마리는 나쁜 늑대야.”

이 이야기를 들은 손녀가 질문했다.

“할아버지, 그 두 마리 늑대가 싸우면 누가 이겨요?”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더 많이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단다.”


사람에게는 자아와 그림자가 늘 싸운다. 하지만 건강한 자아를 키울지 아니면 그림자를 더 어둡게 만드는지는 반복적인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스승과 선생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스승은 순수 우리말로서 ‘가르쳐서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이 말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을 없애려는 민족말살정책으로 일본어인 ‘센세이(せんせい)’에 해당하는 ‘선생(先生)’이라는 단어가 우리말에 침투해서 모든 교과서와 책을 잠식해버렸다.

이 ‘선생’은 먼저(先) 태어난(生) 사람을 말한다. 단지 먼저 태어나 ‘지식’을 먼저 가졌을 뿐인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머리’만 있고 ‘심장’은 없는 사람의 뜻이다. 일본어에서의 선생은 의사나 국회의원 등을 포함해 높임어로 사용되는 말이다. 이 단어가 우리말에 들어와 지식만 전달하거나 그냥 학교에 있는 사람이나 심지어 누군가를 낮게 부르는 의미로 ‘O선생~’이라고 쓰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서도 성장하지만, 스승을 통해서도 변화한다.

하지만 충암고 사건으로 인해 전국의 진정한 스승들이 ‘가슴’이 없는 선생들(충암고 전 교장 P씨, 행정실장 L씨, 충암학원 전 이사장 L씨)의 비리로 인해 자존감이 무너질까 걱정된다. 전국에 진정으로 제자들을 위해 ‘머리’와 ‘가슴’ 모두 몰두하고 있는 스승님들이 더욱 힘을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런 ‘선생들’로 인해 세상을 바라볼 때 내면의 그림자를 더 어둡게 만들지 말고, ‘스승들’도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아를 키우기를 바란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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