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작년 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놓고 대부분의 문건 내용 유출 행위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그 결과 검찰이 ‘헛심’을 쓴 모양새가 됐다.

법원은 검찰이 문건 유출의 배후로 지목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정윤회 문건’이라 불리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 문건을 토대로 ‘비선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세계일보의 작년 11월 보도를 청와대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확대됐다. 문건과 보도의 진위를 따져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는 고소·고발 사건이었다.

하지만 문건 내용의 진위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일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철저한 의혹 규명을 주문했고 검찰의 수사 강도는 높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뿐 아니라 특수2부까지 수사에 투입했다. 신속하게 문건의 진위를 가려내고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경로까지 파악해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건의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은 수사 중반인 지난해 12월 중순 이미 허위로 결론 내려졌다. 이른바 ‘십상시 회동’ 등 의혹을 뒷받침할 문건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신속하게 내려진 결론이 청와대의 입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논란을 뒤로 하고 문건 유출 수사에 주력했다.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박관천 경정이 ‘정윤회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측에 수시로 건넸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 1월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기소했다. 대통령기록물이자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을 밖으로 빼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9개월가량 이어진 1심 재판 끝에 법원은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를, 박 경정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17건의 문건 중 유출 행위가 공무상 비밀 누설로 보이는 건 ‘정윤회 문건’ 1건뿐이었고 그나마 박 경정의 단독 범행이라고 판시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박 경정이 중형을 선고받은 건 별도로 기소된 수뢰 사건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에게 청와대 문건 유출의 책임을 물으려던 검찰은 1심 판결로 민망하게 됐다. 검찰은 “법원의 선고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판결문을 검토해서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한 법조계 인사는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이 남아 있으므로 판단하기 이르겠지만 1심 판결만 놓고 보면 검찰이 문건 유출 사건을 실제보다 과잉 해석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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