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NO수수료’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인 ‘카카오택시’의 첫 수익 모델 ‘카카오택시 블랙’이 베일을 벗었다. 이르면 이달 중 서울시로부터 사업인가를 받아 시범 운영된다. 앞서 등장한 리무진 서비스 ‘우버 블랙’은 숱한 논란에 휩싸여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카카오 블랙은 되고 우버 블랙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주환 카카오 부사장은 최근(20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카카오택시 블랙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 인가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종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예정된 포토 세션이 취소되자 흘러 나온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대답이었다.
정 부사장의 말대로 사업 인가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카카오는 서울시택시조합과 협력관계는 맺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 고급택시 도입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건의안에는 택시미터기·카드결제기·자격증·스티커·표시등·빈차표시 미설치 등의 외관 규제를 폐지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 결과 지난달 15일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통과돼 고급택시 운행기준이 완화됐다.
카카오택시 블랙과 우버 블랙의 가장 큰 차이는 ‘라이센스’다. 카카오는 우버의 시장 실패 과정을 약으로 삼았다.
우버 블랙은 국내에 들어온 직후 각종 불법 논란과 택시 업계의 반발에 휩싸여 외형이 축소됐다. 우버 블랙은 국내에서 개인 차량이나 렌터카 업체 차량을 영업용으로 운행했는데 이는 운수사업법 위반이었다. 서울시와 국세청이 세금을 제대로 걷을 수 없는 점도 문제였다.
카카오는 서울택시조합과 협무협약을 맺는 등 택시운송 사업자와 협력해 불법 문제와 납세 문제를 해결했다. 우선 16개 택시 사업자가 참여했다. 택시운송 사업자가 3000cc 이상 운행차량을 구매해 택시로 등록하는 형태다.
우버 블랙은 운행 기사의 신분이 불확실해 승객에게 불안감을 준다는 문제가 있었다.
카카오는 기존의 카카오택시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기사 자격 제도를 도입했다. 카카오와 업무협약을 맺은 하이엔은 기사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이엔은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사들을 일주일간 교육한다. 또한 카카오와 협약을 맺은 운송 사업자는 고급택시 기사를 월급제로 운영한다. 월급은 300만원 수준이며 정장이 기본 복장이다. 승객은 앱을 통해 기사의 이름과 사진, 차량 번호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카카오택시 블랙는 카카오 자체 개발 미터기를 통해 거리시간 상호병산제로 계산된 요금이 최종 부과된다. 기본 요금은 8000원, 전체 요금은 일반 택시의 2.5배, 모범 택시의 1.5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15km 이동 기준으로 대략 일반 택시는 1만3600원, 모범 택시는 2만1400원, 고급택시는 3만2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비즈니스 의전, 호텔·병원의 픽업 서비스, 이벤트 등에 카카오택시 블랙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 측의 홍보 영상을 보면 20~30대 젊은 연인들의 프러포즈나 기념일 이벤트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측했다.
카카오와 택시조합, 하이엔은 서울시의 인가가 완료되는 대로 벤츠 E클래스 등 3000cc급 고급 차량 약 100대와 200여명의 기사로 시범 서비스 운영을 시작한다. 카카오는 운송 사업자로부터 플랫폼 제공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율은 밝히지 않았다.
카카오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카카오에 따르면 미국 뉴욕이나 중국 베이징에서 고급택시의 수요는 전체 택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내에서도 고급택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모범택시 업계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모범택시 사업자는 1800대~2000대 규모다. 카카오는 수요에 맞춰 1000대까지 차량을 늘릴 계획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모범택시와 협의가 된 것이냐는 질문에 “가격과 서비스 측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갈등 이슈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범운전자연합회 측은 “카카오택시 블랙은 모범택시와 직접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분위기를 보며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 부사장은 “일부 모범택시 기사님들은 고급택시 기사로의 전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deaed@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