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감정에 솔직해진 무리뉴, 아직 남아있는 '박수소리'

[친절한 쿡기자] 감정에 솔직해진 무리뉴, 아직 남아있는 '박수소리'

기사승인 2015-11-09 14:54:56
ⓒAFPBBNews = News1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구차하게 버티지 말고 다른 이들이 높이 받들어 우러러볼 때 이별을 고해, 가장 찬란했던 모습을 간직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치 계속 오르는 주식에서 돈을 빼는 느낌이랄까요?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중에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난다”고 말하는 데에는 대단한 결단과 행동이 요구됩니다. 버티고 버티다가 하락세에 접어들 무렵이 되면, 이미 자신에게 들려오는 박수소리가 잦아들었음을 깨닫게 되죠.

개인에서부터 단체, 국가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는 필연입니다. 한 게임의 명대사처럼 “영원한 왕은 없는 법”이죠. 그렇기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스스럼없이 떠나는 것은 꽤나 아름다운 미덕처럼 여겨집니다.

영국 프로축구 현 첼시 감독 조세 무리뉴를 향해 많은 이들이 이 격언을 인용합니다. 지난 주말 스토크시티 원정 경기에서 1대0으로 패하며 첼시는 3승 2무 7패, 리그 16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날 패배로 16년 만에 리그 3연패를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우승으로 이끈 그 감독, 그 선수 그대로인데… 참으로 믿기지 않는, 안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리뉴가 평소 자신을 스스로 ‘스페셜 원(Special One)’이라고 하는 걸 저격이라도 하는 듯,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시절 훌륭한 성적과 함께 자신을 ‘노멀 원(Normal One)’이라고 표현한 클롭 감독의 리버풀 입성은 그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는 형편입니다.

까칠한 말투와 쿨한 태도로 일관하던 무리뉴도 이쯤 되면 흔들릴 법 합니다. 평소 갖은 독설을 내뿜던 그이건만, 최근 인터뷰를 보면 참 소심해졌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노멀 원’이라 자칭한 클롭의 '평범한 도발'에도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습니다.

‘시무룩 원’ 무리뉴에게 힘을 준 건 다름 아닌 첼시 팬이었습니다. 사단이 난 성적에도 그들은 무리뉴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첼시 홈구장인 스템포드 브릿지에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폼은 일시적이지만, 스페셜은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Being Special is Permanent)’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팬들은 #StickWithJose라는 해시태그(Hash Tag)를 SNS에 달아, 무리뉴에 대한 신뢰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첼시 선수들도 감독에 대한 신뢰가 여전함을 과시했습니다. 스토크시티에게 패배한 그 날 밤, 존 테리는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 결과에 실망하는 선수는 있을지언정 무리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할 일을 다 했다. 선수들은 100% 감독의 뒤에 있고, 우리는 함께 간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골키퍼 아스미르 베고비치는 “무리뉴 감독을 위해 이기고 싶었다. 무리뉴 감독의 정신, 존재감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한다”며 그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습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무리뉴이지만, 주변의 무한 신뢰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최근 팀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고, 그를 향한 날선 비판이 쇄도하는 상황 속에서, 팬과 선수들의 사랑은 그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기에 충분했습니다.

무리뉴는 “정말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어떻게 이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첼시에서의 내 마지막 날까지, 그것이 40년이 됐든 10년이나 5년이 됐든 그 날이 되면 그들에게 모든 것을 줄 것이다”고 감동에 벅찬 인터뷰를 했습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란 말이 있습니다. 무리뉴의 ‘스페셜 클래스’를 알기에 주변인들은 그의 고난에 동참하며 함께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아직 무리뉴가 떠나기에는 이른 시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스탬포드 브릿지에는 여전히 그에게 보낼 박수소리가 남아있는 듯합니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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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니엘 기자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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