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시아’ 논란 10년째, 이제는 종지부 찍을 수 있을까

‘넥시아’ 논란 10년째, 이제는 종지부 찍을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5-11-10 10:46:55
"환자단체, 정부에 한방 함암제 ‘넥시아’ 효능 입증 적극 요구해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지난 10여 년간 효능 논란을 빚어온 ‘넥시아’에 대해 정부가 직접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는 최근 정부를 상대로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의 객관적 효능을 검증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더 이상 환자들이 고가의 항암제의 사용여부를 두고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다.

암치료연구 프로젝트명이었던 넥시아는 최원철 단국대학교 부총장이 옻나무에서 나오는 진액 추출물을 이용해 암 치료에 사용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6년 9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암치료 근거중심의학(EBM) 심포지엄’에서 최원철 부총장과 이영작 한양대 교수 발표에 따르면, 최 부총장이 광혜원 한방병원에서 한의사로 재직 시 ‘넥시아’로 치료한 말기 암환자 216명 중 114명(52.7%), 그 중 4기 말기 암환자 22.4%가 5년 이상 생존하고 혈액암(백혈병 포함)은 무려 73.1%가 5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연구결과가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말기암 치료를 받으려는 다수의 환자들이 넥시아를 선택했다. 하지만 사용 후 효과를 본 이들도 일부 있지만 한 달에 300~400만원인 고액의 약값만 치르고 아무 효과도 보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아 넥시아 논란이 시작됐다.

실제 폐전이 췌장암 환자인 A(69)씨는 넥시아를 복용했는데 오히려 초진 때보다 암이 0.8㎝나 더 자라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양한방 통합치료 받고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또한 모 인터넷 카페에는 “넥시아 치료받고 좋아졌다며 내 엄마에게도 적극 추천했던 할머니가 어제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넥시아 효능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효능 논란이 불거질 당시 이영작 교수는 ‘후향적 임상연구’ 발표를 통해 넥시아 효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말기 암환자 210명 중 의사소견서나 의무기록사본 등 명확한 근거로 분석한 경우는 78명(37%)에 불과하고, 나머지 132명(63%)은 환자 진술에만 의존한 분석 결과”라며 “넥시아가 항암제 효능이 있다고 하기엔 불충분한 자료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최원철 부총장은 옥스퍼드대학이 출간하는 종양내과학회 공식 저널(Annals of Oncology)에서 넥시아의 효능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는 Original article,
Review 등의 일반적인 논문 형태가 아니라 편집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의 논문(letters to the editor)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키웠다.

이에 최 부총장은 2009년 11월 25일과 2013년 2월 7일자로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넥시아의 양방 버전인 ‘아징스75’에 대한 2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면서 반박에 나섰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연합회는 실제 전국 병원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됐지만 식약처는 현재 임상시험 종료사실만 보고했을 뿐 종료 날짜와 시험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넥시아 효능 논란이 이어지면서 넥시아를 옹호하는 환자들도 늘었다. ‘넥시아 복용 한우회’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일간지 광고를 하기도 했다. 또한 넥시아를 계속 사용해달라는 시민들의 탄원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넥시아 효능 논란이 계속되자 환자단체가 결국 직접 검증에 나섰다. 환자단체는 2014년 11월에 ‘넥시아 환자단체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넥시아 치료로 장기생존하고 있는 말기 암환자와 인터뷰 등을 통해 검증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단체는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한의사협회에 넥시아에 대한 의견서 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으나, 넥시아 효능에 대한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최원철 부총장 등 단국대 넥시아글로벌센터 소속 한의사 6명이 올해 6월 12일 안기종 환자단체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했다. 이후 지난 9월 ‘검증위원회’가 공식 홈페이지를 폐쇄하는 조건으로 최 부총장 측은 인터뷰할 말기 암환자를 소개하기로 약속했으나 아직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넥시아 검증위원회 활동보고 기자회견을 통해 환자단체 측은 ▲넥시아의 객관적 효능 검증을 위해 복지부가 보건의료정책실장 산하에 ‘넥시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할 것 ▲최원철 부총장으로부터 현재까지 넥시아로 치료받은 말기 암환자들의 자료를 기초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가 후향적 연구를 진행할 것 ▲식약처가 넥시아의 양방 버전 ‘아징스75’ 관련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넥시아 효능에 관한 과학적·임상적 결론을 내줄 것 등을 요구했다.

안기종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에게 있어 ‘넥시아’ 치료로 장기 생존한 사례는 매우 희망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다른 많은 환자들이 별로 치료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이러한 개별적인 사례들로 인해 환자들 사이에서 혼돈이 10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넥시아 논란의 핵심은 암환자 치료에 대한 효능 여부다. 일부 환자들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넥시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했고, 일부 환자는 효과를 봤다며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따라서 제3의 기관 또는 정부가 직접 나서 넥시아 효능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진행하는 것이 환자들의 혼란을 막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환자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yes22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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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슬 기자 기자
yes228@kmib.co.kr
박예슬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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