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우리 아이들이 살아 있었다면 자신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지금 수능을 보고 있겠죠”
동갑내기 아들·딸을 둔 다른 부모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고 있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을 12일 오후.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사라져 간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부모들은 대법원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날 대법원은 이준석 선장의 ‘살인죄’를 인정했다. 대형 인명사고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 첫 대법원 판결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딸을 잃은 부모에겐 큰 위로는 되지 못했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이날 살아있었다면 시험을 치렀을 자식 생각에 부모들의 침울함은 걷히지 않았다.
전명선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있었다면 가족들도 이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수능을 보는) 자식들과 함께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재욱 어머니’라고 소개한 다른 유족은 “대한민국의 미래였던 250명의 아이가 오늘 시험을 못 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자유, 평등,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친구들에게 힘을 주고 있을 것”이라며 울음을 참았다.
기자회견이 끝나고서도 유족들은 한참을 대법원 앞을 떠나지 못한 채 서로 어깨를 감싸 안고 흐느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열린 이날 오후엔 선고 전부터 법정에는 노란 점퍼를 입거나 리본을 단 유족들이 방청석 뒤쪽을 가득 메웠다. 국내 언론사뿐만 아니라 외신 취재진들도 몰렸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법정 주변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유족들은 대부분 긴장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판결을 기다렸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들어서고, 대법정에는 팽팽한 정적을 깨는 양 대법원장의 한 마디가 터져 나왔다.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양 대법원장이 주문을 읽을 때도 표정 변화가 없던 유족들은 이준석 선장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는 취지의 선고 내용이 이어지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모든 승무원은 승객을 적극적으로 구조할 의무가 있었다”는 말에 한숨 소리는 더욱 커졌다. 참던 눈물을 닦는 이들도 보였다.
판결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유족들은 “대법원이 선장과 선원들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1년 7개월 동안의 인고와 고통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며 환영하면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afer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