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방송인 정형돈이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12일 “정형돈이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방송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정형돈이 오래전부터 앓아왔던 불안장애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방송을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고 결국 제작진과 소속사 및 방송 동료들과 상의 끝에 휴식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형돈은 이미 2012년 9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불안장애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제동씨가 착한 얼굴로 옆에 앉아 있는데 이유 없이 나를 찌를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말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것이 있다.
레드퀸(붉은 여왕)이라는 용어는 1865년 영국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대학 수학 교수였던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유명 소설 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의 후속 작품 ‘거울을 통하여’(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1871년)에 등장하는 여왕 인물이다. 이 레드퀸 여왕과 주인공인 앨리스는 숲을 미치도록, 죽을 만큼 열심히 달려보지만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느껴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왜 앞으로 가지 않나요?” 이 물음에 레드 퀸 여왕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바보야. 그건 당연한거야. 최선을 다해 뛰어야 제자리에 머무는 거야. 앞으로 나아가려면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빨리 뛰어야 돼!”
이런 시각이 발전돼 이 용어는 생물학과 경제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에서도 사용하게 됐다. 정형돈과 같은 연예인들은 문화를 이끄는 방송인으로서 늘 사회적 문화현상과 흐름에 있어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신적으로 항상 긴장하며 쫒기는 삶을 살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생활이 빨라진다. 하지만 마음은 느려진다.
생활과 마음의 어긋난 속도 속에 길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혼란이 오게 된다. 빨리 달려가고 있는 후배나 경쟁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까 걱정이 된다.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면 마음도 갈기갈기 찢기는 아픔을 느낀다. 아픔은 가슴에서 머리로 올라가 ‘현재’를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느리게 가는 마음의 속도와 빠르게 달려가는 생활의 충돌은 온몸을 경직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불안장애’가 되는 것이다.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낯선 상황 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은 뛰게 된다. 뛰는 심장의 속도에 생각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불안에서 공포심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증상이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 강박장애, 범불안장애로 이어지게 된다.
아날로그(analogue) 시대에서 디지털(digital) 시대로 넘어가면서 세상이 빨라졌다.
아날로그의 어원은 ‘유사성’이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디지털의 어원은 ‘숫자(digit)’다. 쉽게 말하면 아날로그는 자를 수가 없고, 디지털은 자를 수가 있다. 파도와 바람 그리고 마음은 자를 수가 없다. 하지만 돈, 숫자, 기계 등은 자를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 때는 식당에서 밥 한 공기를 달라하면 애매하게 고봉으로 줬다. 하지만 지금 디지털 시대에는 공기밥이 정해져 있다. 아날로그 시대 때는 마음을 전달하려면 편지로 써서 최소 하루가 혹은 며칠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1초 만에 전달된다. 더 무서운 것은 전달되는 속도만큼 빠르게 잊혀진다는 것이다.
정형돈은 ‘무한도전’, ‘냉장고를 부탁해’, ‘주간아이돌’ 등 많은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었다. 휴식하기로 결정한 이상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마음의 속도를 맞추고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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