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잘못 없는’ 오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사태 피해자 될까

[친절한 쿡기자] ‘잘못 없는’ 오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사태 피해자 될까

기사승인 2015-12-18 13:19:55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우승의 ‘공신’ 선수들이 18일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퇴소했습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오재원(30·두산 베어스·사진)이라는데 이견을 제시할 야구팬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오재원은 원 소속 및 타 구단 협상 기간에 훈련소 안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테이블에 앉을 수 있습니다.

공·수·주를 두루 갖춘 오재원은 본격적인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2008년(117경기 출장)부터 8년 간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에서 나온 일명 ‘빠던(배트던지기)’은 ‘매력’까지 치솟았죠. 튀는 행동을 잘해 다른 팀 팬들에겐 ‘비(非)호감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오 열사’라는 ‘범국민적’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원래부터 좋았던 기량에 프로 선수에게 성적만큼 중요한 팬들의 ‘호감도’까지 가지게 된 거죠.

‘타격 기계’ 김현수까지 메이저리그(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보낸 두산이 이런 오재원을 홀대할 리가 없습니다. 여기에 오재원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다른 구단들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몸값은 올라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두산 구단이나 오재원에게 ‘변수 아닌 변수’가 다가왔으니 바로 두산인프라코어 사태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사실상 연령 제한이 없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0대 직원들까지 대상에 올랐고, 이를 거부하는 직원들에겐 ‘교육’이란 명분 하에 3군데로 분산된 모처로 출근을 시켜 사실상 퇴사를 강요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야구단 사랑’에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올 시즌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열린 축승회에서 김현수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내가 할 일은 열심히 벌어 최대한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에 남을 경우 총액 1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김현수 잡기’, 더 나아가 다른 FA 선수 확보에 구단이 원하면 돈을 풀겠다는 의미였죠.

이를 두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칼바람을 목격한 일부 네티즌들은 “회사가 힘들면 야구단부터 팔아서 직원을 살려라”라는 극단적인 말이 나올 정도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습니다.

특히 “야구선수엔 100억 원씩 쓰겠다면서 정작 돈 벌어오는 직원들은 ‘모가지’냐”는 의견에는, 무작정 ‘야구는 야구일 뿐’이라는 간단한 논리를 들이대기도 난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생존 자체가 힘든 국내 프로야구단의 운영 구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이런 상황에서 오재원에게 막대한 금액을 덥석 안긴다면 그룹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연간 수백억 원을 들여가며 야구단을 운영하고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그룹 이미지 제고입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 좋은 선수를 잡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연출되는 것이죠.

구단이나 오재원은 억울합니다.

구단과 오재원이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난 야기에 어떤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오재원보다 더 가치가 높다고 ‘객관적 입증’도 안 되는 다른 FA들은 수십억 원의 특급 대우를 이미 받았습니다.

계약에 영향을 받아야 할 비교대상이 다른 FA가 아닌 그룹 계열사의 경영상황이 된다면 운동선수로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오재원은 원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줘야 하는 입장에선 모기업의 분위기나 상황, 이를 향한 여론을 싹 무시해버리고 마냥 오재원을 위한 ‘돈 잔치’를 베풀어주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겠죠.

이래저래 오재원은 야구팬들의 ‘시선’과 인연이 깊은 선수인 것 같습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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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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