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SBS ‘가요대전’ 올해도 방송사고… “‘인기가요’ 2시간이 더 낫다”

[친절한 쿡기자] SBS ‘가요대전’ 올해도 방송사고… “‘인기가요’ 2시간이 더 낫다”

기사승인 2015-12-28 14:27: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올해도 변한 건 없었습니다. 지난해 지적됐던 음향 사고와 무리한 카메라 워킹은 이번에도 SBS ‘가요대전’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올해는 혹시 다를까’하고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9시40분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 D홀에서 열린 ‘가요대전’에서는 음향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故 김광석, 김현식의 헌정 무대에서는 그룹 엑소 첸과 백현의 노래가 잘 들리지 않았고, 엑소의 ‘러브 미 라이트(Love Me Right)’ 무대에서는 찬열이 마이크가 꺼진 상태로 랩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그룹 비투비의 ‘괜찮아요’ 무대에서는 노래 도중 “얘네는 왜 또 뮤지컬을 하고 있어”라는 현장 스태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죠.

카메라 워킹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노래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갑자기 풀 샷으로 멀리서 비추는 건 물론, 천장에서 무대 바닥을 찍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그 뿐 아니라 무대를 대각선으로 찍거나 바닥에 내려놓은 카메라의 구도도 여러 번 잡혔죠. 이런 상황에서 멤버들이 부르는 파트에 맞춰 카메라가 따라가길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진행과 무대 시간 배분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날 출연한 27팀의 가수들은 대부분 2분 남짓한 시간에 올해 활약한 무대를 1~2곡씩 선보이기 바빴습니다. 대신 ‘가요대전’ 측에서 준비했다는 협업 무대나 헌정 무대 등은 2~3곡씩 이어졌죠.

무대 사이에 MC 신동엽과 아이유는 ‘입구 라인’, ‘92년생 원숭이띠 멤버’, ‘리더 라인’ 등 각 그룹에서 특정 캐릭터를 대표하는 멤버들을 모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두 MC는 시간에 쫓긴 나머지 MC석과 가까이 앉아 있던 엑소 수호, 아이콘 비아이, B1A4 바로 등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EXID 솔지, 빅스 엔을 비롯한 10명 이상의 가수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다 떠나는 민망한 모습을 지켜봐야 했죠. 굳이 많은 가수들을 들러리 세울 필요가 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또 싸이의 콘서트 영상을 엔딩으로 배치한 구성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한 해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연말 시상식 엔딩 무대는 행사 전체를 대표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과거 아이돌 그룹 팬들이 엔딩 무대를 두고 다투곤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그런데 ‘가요대전’의 엔딩 무대는 현장 무대가 아닌 지난 24일 열린 싸이 콘서트 ‘공연의 갓싸이’ 녹화 영상으로 대체됐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며칠 동안 현장 무대를 준비했던 가수들과 엔딩 무대를 기다린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구성이었죠.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녹화된 영상이 ‘라이브(LIVE)’ 자막 아래 방송된 것도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문제는 지난해에도 ‘가요대전’의 음향과 카메라, 진행에 대한 악평이 이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마이크가 켜져 있지 않거나 카메라가 엉뚱한 곳을 비추는 사고는 이미 지난해에도 일어났던 일입니다. 그룹 위너 송민호는 대한민국이 반도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열도를 뒤흔드는 보이그룹”이라고 말해 지적을 받기도 했죠. 논란이 커지자 ‘가요대전’ 측은 결국 “적절치 못한 단어 사용을 사과합니다”라는 입장을 전했으나 망신살은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가요대전’ 제작진이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2015 SBS 어워즈 페스티벌(SAF)’ 기자간담회에서 ‘가요대전’ 담당 백정렬 CP는 카메라 워킹이나 음향 시스템 문제에 대해 “국내 처음으로 도입되는 장비를 들여왔다”며 “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창태 SBS 예능본부장은 “올해 ‘가요대전’ 공연장은 PD 생활을 하면서 본 무대 중 최고”라고 자랑했죠.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좋은 장비와 무대가 무슨 소용일까요.

‘가요대전’에게 필요한 건 내실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만큼 생소한 장소를 탓하기도 어렵습니다. 네티즌들은 “차라리 ‘인기가요’를 2시간 동안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축제의 장을 주최하려면 평소 진행하는 프로그램 수준의 완성도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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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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