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父, ‘세월호 이준석’과 같은 혐의 가능할까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父, ‘세월호 이준석’과 같은 혐의 가능할까

기사승인 2016-01-18 10:25:55
17일 오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의 범인인 아버지 A씨(34·가운데)가 호송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국민일보 정창교 기자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초등생 아들의 시신의 훼손·유기한 30대 남성에게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을까.

경찰은 A씨(34)가 아들 B군(2012년 당시 7세)을 직접적으로 살해하지 않았다 해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기 위해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경찰관 2명으로 법률지원팀을 구성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A씨에게 현재 적용된 죄명은 폭행치사, 사체 훼손·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 크게 3가지다. A씨는 아들을 학대하긴 했지만 살해하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2012년 10월쯤 씻기 싫어하던 아들을 욕실로 끌어당기다가 아들이 넘어져 다쳤고, 이후 병원 진료 등 별다른 조치 없이 집에 방치했는데 아들이 약 1개월 만에 숨졌다고 진술했다.

만일 A씨의 진술이 거짓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가장 가깝다. 여기에 따른다면 B군이 아버지 A씨의 폭행 과정에서 숨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2013년 ‘울산 계모’ 사건 때 살인죄 적용의 근거가 됐던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거리가 멀다.

현행 형법 18조(부작위범)는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신의 행위로 인해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않았을 때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해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가 다친 아들에 대해 치료 등 ‘당연히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B군이 숨진 게 인정된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시 B군의 부상이 누구나 상식적으로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인지가 될 정도였다고 인정이 돼야 하고, 이에 대한 입증도 쉽지 않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이준석 세월호 선장(70)에게 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이는 대형 인명사고와 관련해 구조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안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대법원 최초의 판단이다.

물론 경찰 수사를 통해 B군이 A씨의 폭행으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과거 아동학대 사건에서 살인죄를 적용한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2013년 10월 발생한 ‘울산 계모’ 사건 때 의붓딸(8)을 주먹과 발로 때리고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박모(42)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됐다.

1심은 박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박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박씨의 상고 포기로 이 형은 2014년 10월 확정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다친 아들을 한달 간 방치한 행위가 살인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입증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가장 명백해 보이는 폭행치사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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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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