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선 짙은 얼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치던 배우 진구는 남성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KBS2 ‘태양의 후예’를 만나고는 여성 팬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데뷔 14년 이래 이렇게 뜨거운 관심이 처음이란다.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으로 데뷔한 진구는 ‘태양을 삼켜라’(2009), ‘광고천재 이태백’(2013), 영화 ‘달콤한 인생’(2005), ‘비열한 거리’(2005), ‘마더’(2009), ‘26년’(2012), ‘쎄시봉’(2015), ‘연평해전’(2015)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달 23일 삼청동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진구는 드라마의 인기에 마냥 신나고 즐겁다며 연신 웃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도 “그동안 마음 속 깊숙이 만화 같은 대사를 꿈꿔왔다”고 말했다. 이정도의 인기를 예상했냐는 물음에는 “영화 쪽을 주로 해온지라 드라마 시청률을 잘 몰랐다. 그래도 요즘에 시청률 20% 이상이면 어마어마하다는 정도는 알았는데, 진짜 생각지도 못한 인기”라며 기뻐했다.
그렇다면 진구는 어떻게 ‘태양의 후예’와 만나게 됐을까. 처음에는 진구가 아닌 다른 배우가 이미 내정돼 있었다고 진구는 털어놨다.
“김은숙 작가와는 사석에서 몇 번 만났고, 소속사 사무실에서 비빔국수를 말아준 적이 있어요.(웃음) 연락도 2~3년 가까이 하지 않았죠. 어느 날 아는 영화사 대표가 ‘태양의 후예’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바로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제목도 멋있고 김은숙 작가가 집필을 한다는 사실에 더 하고 싶었죠. 역할이 크던 작던 상관은 안했어요. 그런데 이미 생각해놓은 사람이 있다고 처음엔 안 시켜주더라고요. 나중에 뜬금없이 캐스팅됐다고 연락이 왔는데, 서운하다기 보다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마치 선물 받은 것 처럼요.”
극중 진구는 송중기가 이끄는 특전사 ‘알파팀’ 부팀장 서대영 상사를 연기한다. 유시진(송중기) 대위와는 동지애로 브로맨스를 보여주고, 군의관 윤명주(김지원)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과묵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상남자의 사랑법은 뭇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진구는 서대영과의 공통점에 대해 “남자다울 때는 남자답고, 선이 굵은 이미지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차이점에 대해서는 “서대영처럼 무뚝뚝하진 않다. 와이프에게나 후배들에게 늘 다정다감하다. 저한테 잘해주는 사람들에게 늘 잘해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런 진구와 사랑에 빠진 연기를 펼치는 김지원은 무려 12살 연하. 진구는 김지원 덕분에 멜로 공포증을 없앨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원이에게 정말 고마워요. 6개월이란 긴 촬영기간 동안 저를 잘 이끌어줬죠. 연기를 하면서 한번도 투정부리거나 하기 싫어하는 내색을 전혀 안 했어요. 열두 살 차이가 나지만 저를 편하게 대해줬고, 대화도 잘 통했죠.”
데뷔작 ‘올인’때 함께 했던 송혜교와는 10여년 만에 재회했다. 당시 신인이었던 진구는 톱스타인 송혜교의 모습을 회상하며 지금과 변함없는 모습에 감사했다고.
“송혜교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너무 똑같아서 멋있어요. 그때는 신비로운 여자였어요. 저는 너무 신인이라 여자 연기자에게 말하는 법도 몰랐고, 조심스러웠죠. 굉장히 어리숙했어요. ‘태양의 후예’ 촬영 전 두 번 MT를 갔었는데, 혜교랑 둘이 있을 때 ‘올인’ 이야기를 나눴어요. 당시 내가 봤던 송혜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혜교도 저에 대한 인상을 말했죠.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그때와 변함없는 모습이 고마웠죠.”
드라마의 분량 70% 이상을 차지하는 ‘송송커플’에 대해서는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송송커플의 분량이 많아서 고생이 많았을 거예요. 두 사람은 매일 촬영장에 개근을 했어요. 그에 비하면 우린 천국이었어요. 지금 와서 송중기와 송혜교에게 미안하다 싶을 정도로요. 저희들은 그리스 촬영지에서 관광이면 관광, 유흥이면 유흥, 알파팀 부대원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후배간의 우정을 쌓았죠. 송송커플에게는 미안하네요.(웃음)”
31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는 33%(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매회 기록 행진이다. 그럼에도 진구는 들뜨지 않고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차기작인 영화 ‘원라인’(가제) 캐릭터에도 이미 푹 빠져 있었다.
“‘태양의 후예’는 이미 제 손을 떠난 작품이에요. 잘 되고 있는 것에 기뻐하는 게 다죠. 또 좀 지나면 ‘태양의 후예’도 많이들 잊고 살지 않을까요? 지금 ‘원라인’ 현장에 집중하고 있어요. 큰 관심에 휘둘리지 않으려고요. 지금의 인기에 젖어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웃음)”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