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후 두 달 가량 시간이 지났지만, 한 씨의 아이처럼 잘 적응하지 못해 걱정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는 곧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평소와 달리 눈에 띄게 주눅이 드는 등 신학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가 많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정은주 연구소장은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이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적응을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훈계보다는 공감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책을 통해 심리적 불안감 해소
유치원과 달리 학교에서는 정해진 규칙이나 아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다. 시간표대로 진행되는 수업시간에 맞춰야 하고,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도 혼자 해야 한다. 이 같은 낯선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당연히 스트레스와 부담을 느낀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수가 반복되면, 선생님에게 훈계를 듣거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아 학교생활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책을 통해 학교생활에서 규칙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해주고, 학교에 가기 힘들어하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 도서 <내 마음대로 규칙>(스콜라)은 규칙을 무시해서 발생하는 사건을 통해 규칙과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좋은책 어린이), <학교 가기 조마조마>(어린이 통합교과 연구회)에는 학교에 가기 두려워하는 마음을 극복하는 과정이 담겨 있어 아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또한 <절대로 말하지 않는 아이>(책과 콩나무)와 <걱정을 깜박한 꼬물이>(비룡소)는 낯선 세상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아이들이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돕는다.
◇ 아이의 교우관계 살피며 공감
1학년 부모들이 크게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아이의 교우관계다. 다양한 교우관계 경험이 없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친구들의 관심이나 놀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아이가 친구와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일방적으로 아이의 편을 들거나 무조건 상대를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장기적 친구 관계 형성에 좋지 않다.
이런 경우 평소 아이의 태도나 표정에 극심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지 살피고, 책을 통해 비슷한 갈등과 고민을 접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행동이 느리고 엉뚱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는 설정의 <1등 봉구>(교학사)를 활용해 사람들의 다양성과 올바른 친구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좋아서 껴안았는데, 왜?>(천개의 바람)는 좋아하는 친구 사이에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 토의·토론으로 표현력 향상
유아나 초등 저학년이 토의나 토론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가족들과 책의 내용이나 읽고 난 후 느낌을 이야기 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책의 주제를 자신의 생활이나 다른 분야의 지식과 연결해 생각하게 하는 등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과학 동화 <지렁이다>(사파리)를 읽었다면, 실제로 지렁이를 보거나 텃밭을 가꿨던 경험을 떠올려 이야기하거나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보면서, 주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땅에서 자라는 작물 중에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골라 간식이나 식사 메뉴로 정하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하는 활동은 어휘력, 표현력, 의사소통 능력뿐 아니라 표현에 대한 자신감도 길러준다. 물론 학교 교과 학습을 위한 기초 체력을 기르는데도 도움을 준다. 부모는 아이가 생각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하되, 정답을 의도하거나 강요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