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마트와 옥시는 누구에게 사과했나

[기자수첩] 롯데마트와 옥시는 누구에게 사과했나

기사승인 2016-04-21 19:00:55
구현화 기자 / 산업부

가습기 살균제로 5년 동안에 100명이 죽고 300명이 다쳤다. 알려진 것만 해도 그렇다. 신고된 피해자만 1500여명이지만 5년이라는 시간을 감안했을 때 피해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5년 전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성분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이 가장 많이 팔린 만큼 피해자 수도 가장 많다. 추산 결과 70%에 이른다. 옥시는 한마디 사과가 없었다. 그러던 옥시가 오늘에서야 기나긴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고 영국 본사로 피해책임 소지를 물을 가능성이 생기자 사과문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늦어진 사과에는 자기 변명과 책임에 대한 선긋기만 보일 뿐이었다.

옥시는 사과문에서 "좀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가족 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고자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옥시는 "상당 부분의 사안들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해 합의에 이르러 종결되었다"며 "고통을 받으신 분들께서는 적절하고 신속한 해결 방안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옥시는 그동안 민원 피해자를 개인적으로 찾아가 합의하고 이 사실을 언론 등에 알리지 않도록 입막음했다. 지금까지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옥시의 사과 방식이란 그랬다. 이 때문에 옥시의 사과문에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또 사안이 이미 종료되었다고 선언하듯 말하는 부분은 사과문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이미 사안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공고문으로 읽힌다.

옥시는 이 사과 아닌 사과를 누구에게 한 걸까. 피해자에게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검찰과 정부, 불매운동을 벌이는 소비자에게, 그리고 영국 본사에게 한 것으로 비춰진다. 5년간 말 한마디 않다가 정부의 압박과 소비자의 불매운동, 시민단체가 영국 본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사과문이 튀어나왔다.

앞서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 전날 사과문을 발표해 피해자들로부터 공분을 산 바 있다. 피해자들은 "우리를 초대하지 않은 사과가 웬 말이냐"라며 "롯데마트는 우리가 아니라 검찰에게 사과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홈플러스도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피해자들은 검찰 발표를 앞두고 한 사과에 진정성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정부에 사과한 것이 아닐까 싶다. 피해자가 아니라 권력에 사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 사과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는 이 사과를 받아내기까지 5년간을 숨죽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사안을 인지했으면서 왜 빠르게 대처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책임은 이처럼 정부도 함께 져야 한다. 왜 이제야 수사했는지, 왜 이제야 문제삼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소비자는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피해자는 불어났고, 유족들은 가슴을 치고 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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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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