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국민들 다 알거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박근혜정부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최근 정부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자동차, 특히 경유를 지목했고, 경유값을 리터당 150원 인상하겠다하는 바람에 세간의 논쟁이 정점을 찍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을 내세워 담뱃값을 올려, 이미 서민들의 세금을 쥐어짜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담배 소비율은 늘었죠. 현실이 이렇다보니 사실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세금을 올린다는 건 핑계가 아닐까 싶은데요. 박근혜정부가 세금을 걷어 들일 명목을 찾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번 주장은 터무니없거든요. 정말 경유 값을 올리면 미세먼지가 줄어들까요? 이왕 정책을 집행하려면 뜬구름 잡는 소리하면서 세수를 확보하지 말아야죠. 정말 미세먼지의 원인이 경유차 때문인지 먼저 확실하게 알고, 그 후에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원인도 모른 채 그럴 것이라는 단순 추측만으로 정책을 집행했다가는 그에 따른 피해를 국민이 지게 되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지금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경유 차로 보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네. 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줄로만 알았던 미세먼지의 절반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환경부 연구 결과가 나왔거든요. 그래서 정부는 주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차를 지목한 거죠. 실제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 기여율이 32.1%로 경유차가 가장 높기도 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경유차 탓으로 하기엔 근거가 부족해 보이는데, 다른 근거도 있나요?
조규봉 기자▶ 정부는 2005년부터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고요. 미세먼지 농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정책을 펴 왔는데요. 10년간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미세먼지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부는 2005년부터 시판이 허용된 경유차가 850만 대까지 늘어난 것이 미세먼지의 주원인이라고 보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래서 경유 가격을 올려서 경유차 수요를 줄이는 방안을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거군요. 그럼 경유가 그렇게 문제라면 휘발유는요? 휘발유는 미세먼지 발생과 연관이 전혀 없다고 보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환경부 주장은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1년 미만의 경유 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양과 오래된 휘발유 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양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휘발유 차도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을 내뿜고 있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런데 왜 유독 경유 값 인상만을 검토 중인 건가요? 가격을 올리면 국민들이 경유차를 안 탈것이라고 생각해서요?
조규봉 기자▶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정부는 이미 경유 값 인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는데요. 다만 각 부처 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 진행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각 부처 간에 왜 의견이 다르게 나오고 있는 건지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조규봉 기자▶ 환경부는 경유 가격을 올리거나 휘발유와 경유 간 가격차를 좁히는 게 최선이라는 거고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부처에서는 증세 논란에 따른 국민 갈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경유 값 인상은 담뱃값 인상에 이어 또 한 번의 서민 증세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결국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미세먼지 종합 대책 발표도 늦어지고 있는 건데요. 이제 세금 이야기 좀 해볼게요. 봉기자, 원래 유가는 어떻게 결정되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정부는 수입원가에 교통 에너지 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일명 유류세라고 불리는 세금을 부과해 유가를 책정합니다. 그러니까 경유 가격은 출고가에 ℓ당 교통 에너지 환경세 375원, 교육세 56원, 주행세 98원이 붙고요. 출고가와 이들 세금을 더한 액수의 10%가 부가세로 추가되죠.
김민희 아나운서▷ 휘발유 가격도 책정 구조는 같나요?
조규봉 기자▶ 네. 하지만 교통 에너지 환경세 529원, 교육세 79원, 주행세 138원 등 경유보다 더 높은 세금을 매기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앞서 환경부는 휘발유와 경유 간 가격차를 좁히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 내세웠다고 하셨는데요. 두 유종 간의 가격 차이는 왜 생기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사실 2000년 이전까지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절반 이하 정도였습니다. 휘발유는 자동차 연료로만 쓰이잖아요. 하지만 경유는 난방용, 산업용, 발전용 등으로 사용되는 서민 에너지라서 낮은 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220원 넘게 차이 나는 휘발유와 경유 값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경유 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 하는데요.
조규봉 기자▶ 네. 2005년 휘발유의 절반 수준이던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85% 수준으로 올리는 에너지 상대 가격 조정이 있었죠. 당시 화물연대가 격렬하게 반대했고요. 정부는 경유 가격 인상분만큼 유가 보조금을 화물업계에 지급하는 타협안을 만들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 타협안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정부는 경유 인상분을 버스와 화물차에 유가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는데요. 만약 경유에 붙는 세금이 100원 오르면 유가보조금도 100원 올리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고속버스와 화물차는 ℓ당 345.54원, 일반버스는 ℓ당 380.09원을 보조금으로 받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논란을 중식 시킬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앞서 담뱃값 인상에 이어 또 한 번의 서민 증세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건 또 왜 그런 건지 알려주세요.
조규봉 기자▶ 정부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가량 인상했죠. 그리고 지난해 그 세금은 10조 5340억 원에 이릅니다. 담뱃값이 오르기 전인 2014년보다 3조 6천억 원 가량이 더 걷힌 것이죠.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왔을까요? 다 서민들 주머니에서 나온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가 있었지만 결국 서민들의 호주머니만 털어간 거군요. 그럼 실제로 담배 소비는 줄었나요?
조규봉 기자▶ 그렇지도 않습니다. 처음 담뱃값 인상을 발표할 당시 정부는 담배의 가격탄력성을 0.425로 계산했는데요. 그건 담뱃값이 10% 오르면 소비가 4.25%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판매량 감소분은 23.7%이었죠.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34%보다 10% 정도 차이나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러니까 결국 담배 세금은 예상보다 더 많이 걷혔고, 정부가 목표했던 국민건강 증진효과는 떨어진 건데요. 그래서 이번에도 서민 증세 이야기가 나온 거군요.
조규봉 기자▶ 네. 물론 정부는 서민 증세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건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국고를 채운 격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이번에는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할 텐데요. 저는 궁금한 게. 정말 환경부의 주장대로 경유 가격을 올리면 미세먼지가 감소할까? 하는 점이에요. 봉기자, 어떨까요?
조규봉 기자▶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요.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도로 이동 오염원은 12%에 불과합니다. 가장 많은 오염원은 제조업 연소로, 전체 오염원의 65%를 차지하고 있죠. 또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경유차의 상당 부분이 화물차와 승합차입니다. 화물차와 승합차의 95% 이상이 경유 차량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전체 차량 중 경유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화물차와 승합차의 비중이 더 높은 셈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결국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건데요. 그리고 사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만 해결한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50∼60%에 이르니까요. 중국과의 공조가 없는 대기 질 개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현재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책 중, 경유 가격 인상 외에 다른 정책은 없나요?
조규봉 기자▶ 경유차 운행 제한 지역 확대, 매연 저감 장치 설치,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시 보조금 지급 등이 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을 내어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존 미세먼지 대책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최근 미세먼지 나쁨으로 마스크 착용과 외출 자제가 요구되고 있는데요. 물론 정부 차원에서 미세 먼지 해결을 위한 정책을 내어놓아야 하는 건 맞지만, 그 뒷감당을 다 국민들이 해야 한다면 문제가 되겠죠. 봉기자,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좀 알려주세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세먼지와 황사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그런가요?
조규봉 기자▶ 전혀 아닙니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만들어진 요인 자체가 다르거든요. 미세먼지는 자동차, 공장, 가정 등에서 석탄이나 석유가 연소되면서 배출된 인위적인 오염물질이고요. 황사는 중국 몽골의 흙먼지를 타고 날아온 자연현상이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그런데 그 미세먼지가 지금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거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려주세요.
조규봉 기자▶ 미세먼지를 들이마셨을 경우, 대부분 기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폐포 깊숙이 침투합니다. 그래서 일단 인체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고요. 혈액과 폐의 염증반응, 심장 질환과 호흡기 질환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심한 경우 고혈압과 뇌졸중을 발생시키며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클린 디젤이라는 호칭까지 붙여가며 환경을 생각하는 자동차로 불리던 경유 차가 이제는 더티 디젤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 탓에 경유 차 운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은데요. 제발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들고 나오길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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