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용 PD 체제로 전환한 ‘1박 2일’, 더 정감 있는 이야기 담는다

유일용 PD 체제로 전환한 ‘1박 2일’, 더 정감 있는 이야기 담는다

기사승인 2016-07-06 16:58:26


유호진 PD가 ‘1박 2일’ 메인 PD에서 물러난다. 그가 휴가를 떠난 사이 대타를 맡았던 후배 유일용 PD가 메인 PD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렇다고 유호진 PD가 완전히 ‘1박 2일’을 떠나는 건 아니다. ‘1박 2일’의 프로듀서로서 편집도 하고 회의에도 참여하며 힘을 보탤 계획이다.

6일 오후 2시 서울 의사당대로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이하 1박 2일) 티타임에서 만난 유호진 PD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메인 PD라는 부담감을 내려놓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는지 편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반대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 유일용 PD는 조금 굳은 표정으로 신중하게 말을 골라가며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유호진 PD는 어쩌다가 메인 PD가 교체된 것인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몸이 튼튼한 편은 아니라 2년 정도 ‘1박 2일’을 하고나니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프로그램을 가볍게 할 수는 없는지 회사 측에 부탁했다. 결정이 미뤄지던 중 휴가를 가게 됐고, 그 동안 대신 연출할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추천한 몇 명의 후보 중 투표를 거쳐 유일용 PD가 당선됐다. 한 달 정도 프로그램 연출을 하기로 해서 오게 됐는데 회사에서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줬다. 유일용 PD 본인은 당황했을 거다. 계속 칭얼대는 나를 회사가 배려해줘서 무거운 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부담이 일용에게 갈 거다. 얼마나 부담스럽고 힘든 자리인지 안다.” (유호진 PD)

그렇다면 유일용 PD는 어떤 색깔의 ‘1박 2일’을 만들어가게 될까. 유일용 PD는 현재 구도를 크게 바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부산 출신인 유호진 PD와 달리 자신이 농촌 출신인 만큼 더 정감 있는 ‘1박 2일’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1박 2일’은 9년째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1박 2일’에 기대하는 복불복이나 여행 콘셉트 등 기존 구도를 깨거나 바꿀 생각은 없다. 지금 멤버들의 호흡이 정말 좋다. 굳이 카메라로 찍지 않아도 본인들이 알아서 논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또 내가 탁월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시골 태생이고 부모님이 농사지으신다. 초창기 ‘1박 2일’은 시골도 많이 가는 정감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자라면서 느꼈던 자연의 시골 모습을 더 살려보고 싶다.” (유일용 PD)

유호진 PD는 유일용 PD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가 원해서 맡게 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일용 PD가 느낄 부담감을 얘기하며 자신이 처음 ‘1박 2일’ PD를 제안 받고 휴대폰을 끄고 도망갔던 일을 회상하기도 했다. 또 함께 일하며 느꼈던 유일용 PD의 색깔에 대해 설명했다.

“유일용 PD는 충남 서산이 고향이다. 소가 60마리 있는 대농의 아들이다. 어릴 적 만화책을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 다슬기를 잡아 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겐 없는 정감 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 부산 평범한 주택가에서 성정한 내가 지루하고 교양적인 예능을 했다면, 유일용 PD는 아버지 세대가 자라온 농촌 대가족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1박 2일’을 이끌어갈지 흥미롭다. 같이 1년 반 동안 일하면서 나보다 잘생겼다는 점이 부러웠다. 열등감을 느꼈다. 새로운 PD가 등장했는데 전보다 눈이 시원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면 얼마나 상처받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유호진 PD)

유호진 PD는 ‘1박 2일’이 호평 받는 공을 함께하는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방송 분량을 편집하는 PD만 10명 정도 될 정도로 ‘1박 2일’은 협업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큰 규모의 프로그램이라는 얘기였다. 3:3 미팅, OST 여행 등 좋은 아이디어는 작가들의 생각이었고 좋은 자막은 편집실 후배들의 결과물이었다고 털어놨다. 유일용 PD 체제로 전환하는 ‘1박 2일’이 시즌3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멤버 교체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시즌4라고 하기엔 무리다. 나만 새롭게 왔을 뿐 다른 건 바뀌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내가 갑자기 바꿀 생각도 없다. 흐름을 최대한 살려가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다. 물론 기회가 되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지만, 시즌4로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유일용 PD)

이후에도 유호진 PD는 프로듀서로서 ‘1박 2일’ 제작에 계속 참여한다. 실제로는 조연출처럼 편집과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과감한 아이디어들을 제안할 생각이란다. 덕분에 메인 PD가 바뀌었음에도 유호진 PD의 노하우와 고유의 색깔을 유일용 PD 체제의 ‘1박 2일’에서도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새로운 '1박 2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될까.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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