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유명 호텔에서 생활용수(비음용)인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대구의 청와대로 불리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실로 유명했던 호텔수성은 최근 4년간 년 5만 톤 규모의 지하수를 취수, 음식물 조리 등 ‘먹는 물’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수성구청 등에 따르면 이 호텔은 지난 2006년 하루 취수량 250㎡의 지하수 개발·이용허가를 받아 연 3만 톤~5만5,000톤의 지하수를 취수, 201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호텔 내부의 임대 음식점을 비롯해 뷔페식당, 휴게실, 커피숍, 기타시설 등 호텔 전체에서 사용했다.
생활용수를 음용수로 사용했을 때는 식품위생법 상 영업정지, 영업장 패쇄 등의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이 호텔과 임대 음식점들은 십 수년 동안 생활용수로 음식물을 조리해 판매했지만, 단 한 차례도 행정기관의 지도점검이나 단속에 적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호텔을 이용한 관광객들과 시민들은 그동안 비음용수인 생활용수로 조리된 음식을 먹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불어 감독관청에 대한 불신도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주민은 “유명 호텔에서 많은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먹는 음식으로 장난을 친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면서 “생활용수로 음식을 조리했다는 자체가 문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게다가 음용수와 비음용수는 수질검사기준과 항목, 검사기간에도 차이가 크다.
호텔 측은 지난 2006년 12월 380m를 굴착, 2012년부터 지하수를 취수해 지난해 10월까지 사용하고 갑자기 지하수를 폐공, 인근 부지에 음용수로 사용할 지하수개발 허가를 새롭게 얻었다.
수성구청은 이 과정에서도 생활용수를 음용수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 부서는 매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요금계에서 지하수 사용량과 상수도 사용량을 통보받아 지하수 사용량에 대해 년 2차례의 시설물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호텔 측이 임대한 음식점의 수와 규모, 호텔의 규모에 비해 상수도 사용량은 아예 없거나 일반 식당의 월 평균 물 사용량 수준인 매월 200~300톤 정도에 불과 한데도 구청 측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 관계자는 “구청이 지역 대표호텔에 대해 행정처분보다 무조건 ‘봐 주기 식’으로 비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이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법대로 처리해야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1963년 문을 연 수성관광호텔은 지난 2012년 주인이 바뀌면서 호텔수성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대구=김강석 기자 kimksu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