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는 지난 2월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담여행사 4곳을 선정했다. 오직 중국 관광객만을 위한 특화상품과 관광코스 개발과 판매를 위해서다.
도는 전담여행사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만남 때 인용한 최치원을 테마로 경주 서악서원, 상서장 등을 연계하는 코스를 구성해 판매할 계획이다.
최치원은 신라 학자로 12세의 나이로 중국 유학을 떠나 장쑤성 난징시 리수이현의 관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875년 중국의 수도 장안까지 점령한 황소의 난 때 최치원은 ‘토황소격문’을 지어 난을 잠재우고, 이로 인해 중국에서 큰 명성을 얻었다. 그가 저술한 ‘법장화상전’은 중국 화엄종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으며 송나라 대장경에 실리기도 했다.
또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중국에서 ‘지장왕보살’로 추앙받는 한중교류의 상징적인 인물 김교각 스님과 관련한 코스도 개발했다.
김교각은 신라의 왕자로, 24세에 출가해 당 나라로 유학을 떠난 인물이다. 중국에서는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평가 받고 있다.
도는 특히 김교각과 최치원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중교류의 중요 인물로 뽑은 8인 중에 들어가 있기도 해 중국인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미리가보는 1박2일 인물 역사 탐방 코스
도와 전담여행사가 개발한 ‘김교각, 최치원 여행코스’는 중국과 인연 있는 역사 속 인물인 김교각과 최치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한국과 중국의 남다른 깊은 인연을 느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1일차는 김교각, 2일차는 최치원 관련 탐방이 중심이다.
1일차 김교각 코스는 ‘김교각 지장왕보살상’에서부터 시작한다. 당나라에서 지장신앙을 꽃피워 ‘지장왕보살’로 추앙받은 김교각 스님의 입상은 고향인 경주에 봉안돼있다. 2.5m의 목조 입상으로 불교의 건국이념을 지닌 동국대 경주캠퍼스 100주년 기념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후 경주만의 독특한 신라왕경 발굴터를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2025년까지 10년에 걸쳐 진행될 발굴사업으로 신라왕경 발굴·복원현장인 쪽샘지구, 월성지구, 월정교 등을 찾아 발굴 중인 현장을 직접 가까이에서 살펴본다.
특히 월성지구는 거대한 규모의 왕궁이 1000년 정도 사용된 세계적 유적이다. 신라역사의 정수이자 신라사 연구의 핵심 사업으로 복원 발굴될 예정이다.
경북여행도 식후경. 점심도 평범하지 않다. 음식을 곧 보약으로 여겼던 신라시대의 철학과 요리법을 반영한 약선요리 전문점에서 점심을 먹고, 전통 음식을 만들어 본다.
오후에는 김교각 스님의 탄신 1300주년인 지난 1997년 중국 안휘성 구화산 화성사로부터 기증받은 청동입상이 모셔져있는 불국사로 이동한다.
불국사는 신라인의 심오한 불교사상과 천재 예술가의 뛰어난 예술혼이 어우러진 역사유적지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김교각 스님의 아버지로 알려진 신라 제33대 성덕왕릉도 찾아가 본다. 성덕왕의 본명은 융기로 당과 적극적인 교류를 했으며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된 신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한다. 성덕왕릉은 둘레가 약 46m, 지름이 약 14.5m, 높이가 약 4.5m 규모로, 삼각형의 받침돌 사이에는 십이지신상이 입체로 배치돼 있고 능 주위에는 돌사자와 무인석 등이 있다.
저녁으로는 전국 3대 김밥 중 하나인 40년 전통의 교리김밥을 맛본다. 교리김밥은 두툼한 두께와 김밥 속을 반쯤 채운 잘게 썬 계란지단이 특징이다. 조미료 맛이 없고 속 재료가 간단해서 소화가 잘돼 가볍게 즐기기에 좋다.
낮과는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경주의 밤도 즐긴다. 경주 야경의 백미로 통하는 첨성대, 대릉원, 동궁과 월지에서 경주의 고즈넉한 밤을 산책하고, 1일차 일정은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한옥 호텔에서 마무리한다.
2일차 최치원 코스는 신라의 명망 높은 학자이자 중국에서도 문필대공으로 큰 명성을 얻었던 최치원의 위패가 모셔진 서악서원에서 출발한다.
경내에는 위패를 모신 묘우와 교육 장소인 동시에 유림의 회합 장소로 사용하던 조설헌이라는 강당, 동재·서재로 유생들의 숙식 장소로 사용하던 시습당과 절차헌, 제사 음식을 준비하던 전사청 그리고 영귀루라는 누각이 조성돼 있다.
점심으로 경주종갓집 요리를 맛본 후 상서장과 독서당으로 간다. 경주 남산 기슭에 자리한 상서장은 독서당과 함께 경주 출신이자 신라시대의 대학자인 최치원의 유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매년 4월 제사를 지내는 곳이자 왕에게 상서를 올린 곳이라 해 상서장이라 부른다.
독서당은 최치원이 12세에 당나라로 유학하기 전까지 책을 읽고 공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으로 독서당 안쪽에는 최치원이 죽은 후 조선시대 철종 1년에 왕으로부터 칭호를 받아 건립된 유허비각이 있다.
이후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인 골굴사로 이동한다. 매년 3만 명 이상이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러 방문하는 절로도 유명하다. 선무도 총본산인 이곳에서 선무도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수중릉(水中陵)으로 대왕암으로도 불리는 문무대왕릉에도 들른다. 문무대왕릉에서 감포항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에는 횟집들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서 경북 해안가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먹거리인 싱싱하고 살이 꽉 찬 대게로 저녁식사를 한다.
이 같은 ‘김교각, 최치원 여행코스’와 관련, 도는 지난 4월 중국 안휘성 합비시 샹그릴라 호텔에서 관광교류 행사를 열고, 김교각·최치원 관광지를 소개했다. 안휘성 지방정부와 관광분야 우호협약도 체결했다.
◇ 특화상품으로 중국내륙지방 유커 공략
중국의 4대 불교 성지 중 한 곳인 안휘성의 구화산에는 김교각 스님의 등신불이 있다. 최근 중국 내 불교신자가 급증해 2억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김교각 스님은 원조 한류스타로 손꼽힌다고 알려져 있다.
안휘성은 구화산 화성사 등 김교각 스님 유적지를 비롯해 유교적 색채가 강하게 남아 있어 경북도와 더욱 친숙한 지역이다.
이날 관광교류 행사에는 만이학 안휘성 여유국장, 구화산 소재지인 지주시 섭애국 부시장 등 중국 지방정부 관계자와 석혜경 구화산 불교협회장 등 불교인사, 안휘중국청년여행사 등 현지 여행사 60여 곳이 참석했다.
안휘일보, 합비 TV, 안휘 라디오 등 현지 매체들도 참석해 경북관광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양 성(省)-도(道)는 자국민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에 관광홍보관 교차 설치, 양 지역 관광박람회 상호 지원, 김교각 상품 공동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도는 이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경북관광 인지도를 높이고, 중국 내 불교신자를 비롯한 중국내륙지방 유커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특히 이번 관광교류 행사에서 경주시, 안휘중국청년여행사와 ‘김교각·최치원 역사 탐방’ 상품을 판매하는 업무협약을 체결, 2017년까지 매년 2000명 이상의 중국인 인문교류 관광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이 상품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불국사, 동궁과 월지, 성덕왕릉, 서악서원 등 김교각과 최치원의 유적지를 살펴보고, 신라왕경발굴터를 견학하게 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번 관광교류 행사는 도내 친(親) 중국 관광자원을 활용해 중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면서 “중국 내륙 지방정부 및 여행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경상북도 인지도를 높이고, 유커 유치를 늘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shi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