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아메리카노(Americano) 한 잔 마시는 것이 대단한 사치로 여겨졌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커피 값이 비쌌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한 잔에 1500원짜리 커피숍은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가끔씩 이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도 보인다. 한 술 더 떠서 대학가에서는 500원짜리도 등장했다고 하니 이제는 더 이상 가격이 내려갈 수도 없을 정도로 커피 값이 저렴해졌다.
아무리 박리다매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싶다. 가격이 낮아지면 제품의 품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비싼 것은 비싼 값어치를 한다. 터무니없이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하지만 좋은 커피를 공급하려면 좋은 원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가격은 올라간다.
분위기가 좋은 곳은 인테리어비용이 가격에 포함된다. 장소가 좋은 곳은 비싼 임대료가 포함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맛있고 향기로운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원두를 사용해야 한다. 그 곳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라면 당연히 본사에 내는 비용이 추가된다.
그러니 가격이 싼 커피를 마시면서 서비스의 질을 따지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커피와 건강의 함수관계를 이야기해도 안 된다. 터무니없이 싼 커피는 카페인의 함량이 높고 쓰디쓴 커피다.
장기하의 노래 ‘싸구려커피’의 가사가 떠오른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혹시라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자선사업을 한다면 모를까, 영업이익을 내야하는 구조라면 좋은 커피원두를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말이지만 평소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점심식사 후에 싼 커피를 마셨다면, 가끔씩은 자기 자신에게 좋은 커피 한잔을 선물해 주는 것이 어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바로 자신이 아니던가? 갓 볶아낸 최고급의 신선한 원두를 추출한 핸드드립 커피도 좋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마시는 ‘라떼’나 ‘카푸치노’도 좋다. 가능하다면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취급하는 카페를 알아두고 일부러 찾아가서 커피의 향미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의 사치를 위해서, 명품 옷이든 가방을 구입하는 것처럼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씩 마시는 향기로운 최고급 커피는 정말 행복한 기분을 가져다준다. 어쩌면 ‘행복을 가져다주는 파랑새’는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숨어있는지 모를 일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