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빈(Coffee Beans)에는 각종 향미성분들과 더불어 항산화물질이 가득 들어있다. 특히 최근에 커피의 일부 성분이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의 증가에 기여한다는 것이 미국 하버드대 보건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세로토닌은 사람의 기분에 관여하는 성분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커피의 주성분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이 역시 카페인(Caffeine)이다. 카페인이라는 이름도 커피와 연관성이 있다. 최근에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보도되고 있는데,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카페인의 약리현상 때문이 아니다. 카페인은 두통약 등 치료약에 쓰이기는 해도 건강을 위해 일부러 챙겨먹을 것은 아니다.
커피를 중독자 수준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의 혈관에는 커피가 흐른다"는 듯, 쓰디 쓴 커피를 텀블러(Tumbler)에 담아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하루 종일 커피를 들고 다니며 마시는 이들의 몸에는 카페인의 농도가 얼마나 될까?
카페인은 뇌에 작용하여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온 몸의 신경세포를 돋아나게 하고 잠자려는 몸의 모든 조직들을 요동치게 한다. 카페인은 사람 몸에 들어가면 한 시간 이내에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몸에 남아있는 시간이 세 시간 정도 된다.
카페인은 본래 식물이 자기 몸을 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일종의 살충제이다. 따라서 약하긴
해도 독성이 있다. 적당량을 섭취하면 피곤을 사라지게 하고, 힘도 생기게 하는 등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신체에 적잖은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카페인이 몸에 과다하게 남아있으면 짜증과 불안, 심장 두근거림 ,손 떨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위산의 분비를 촉진해서 빈속에 마시면 속 쓰림을 유발한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저녁에도 습관처럼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경우 예상치 못한 불면증이 찾아온다. 가뜩이나 무더운 열대야에 불면증까지 겹치게 되면 다음날 갑절로 피곤한 몸으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따라서 열대야가 계속되는 여름에는 가급적 카페인함량이 적은 커피가 좋다. 커피에서 카페인만을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Decaffeinated Coffee) 나 아라비카 커피빈을 사용한 핸드드립커피를 추천한다. 아라비카(Arabica)커피는 로부스타( Robusta)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절반 이하이고 향미와 맛이 뛰어나다.
자기 몸에 카페인 과다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면 커피를 잠시 안 마셔보는 것도 좋은 대처법이다.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없다면 차라리 마시지 말라. 건강을 위하여 하루 이틀쯤 자기 몸을 카페인 무풍지대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