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은 2006년 싱글앨범 ‘빅뱅(BingBang)'으로 데뷔한 이래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빅뱅을 수식할 수 있는 표현은 많지만, 그런 수식어가 불필요한 것은 빅뱅이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만이 빅뱅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빅뱅이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 ‘빅뱅 엑시비션 에이 투 지(BIGBANG Exhibition A to Z)'를 준비하고 4일 전시회 장소인 서울 연무 15길 S팩토리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아이돌 그룹에게 데뷔 10주년이란 일종의 훈장과도 같다. 여러 이해관계 속 7~8년을 넘어 그룹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멤버 교체 한 번 없이 10주년을 맞이하기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2006년 결성 후 멤버 변화 없이 10년을 함께 달려온 소감은 어떨까. 멤버 모두 훈장 같은 시간에 감사해 하며, 지금까지 함께 해온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드래곤은 “저희보다는 저희를 봐주시는 분들에게 뜻깊은 날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시회 등을 열어 팬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의 10년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점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여 다음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태양은 “10년 동안 일을 한다기보다 즐기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는데 시간이 빨리 지났다”며 “10년 뒤에 어떠한 모습으로 대중분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탑은 “축복받은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10주년을 기념하는 것처럼 20주년, 30주년도 기념할 수 있도록 발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짧지 않은 시간 중 빅뱅에게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은 순간은 언제일까. 지드래곤은 주저하지 않고 ‘데뷔 전 연습생 시절’을 꼽았다. 그때가 없었다면 지금의 빅뱅도 없었다는 것. 지드래곤은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던 상황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임했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아직도 큰 공연 전 항상 그때의 모습을 떠올린다고 밝혔다.
힘들었던 순간만큼 좋은 순간도 많았다. 태양은 “요즘 부쩍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하게 된다”며 “음악적인 것을 떠나서도 빅뱅의 다섯 멤버가 정말 소중하다”고 말했다. 태양은 “최근 공연을 마치고 멤버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 정말 행복했다”며 10년간 함께 해온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힘들고 좋은 시간을 거치며 빅뱅은 무엇이 변했을까. 지드래곤은 “변한 것은 겉모습뿐”이라고 답했다. 무대 뒤의 멤버들은 아직도 데뷔 전과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긴 시간 동안 변한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지드래곤은 “예전에는 불안하고 예민하게 지냈다면 지금은 여유를 많이 찾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스러워진 구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빅뱅 스스로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빅뱅은 누구보다 가요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인 것이 사실이다. 지나온 10년에 이어 빅뱅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10년은 어떨까. 지드래곤은 이에 대해 “우리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지,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멤버들과 자주 이야기한다”며 “요즘 가장 큰 고민이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문화적인 영감과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이야기했다. 빅뱅은 음악뿐만 아니라 전시회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많은 사람에게 문화적 영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앞으로의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전시회는 빅뱅이 걸어온 지난 10년에 대한 마무리이자 앞으로 걸어갈 시간에 대한 시작점이기도 하다. 빅뱅은 이번 전시회에 옛 YG엔터테인먼트 건물 뒤 담벼락을 전시했다. 빅뱅의 초창기 시절 팬들의 낙서가 가득한 벽이다. 멤버들은 전시를 기획하며 제일 먼저 이 담을 떠올렸다. 담을 그대로 떼어와 전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멤버들의 강력한 의지로 전시할 수 있었다. 빅뱅은 팬들의 낙서가 가득한 벽 뒤에 자신들이 팬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 의미를 더했다.
기자간담회 말미 지드래곤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계속해서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은 정말 꿈같은 일이다”라고 데뷔 후 지금까지의 시간을 표현했다. 그는 “공연장에서 많은 관객들을 보는 것이 점점 더 감사하다”며 “관객들의 시간과 추억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영광이다. 그래서 좋은 모습으로 새로운 추억을 함께 만들고 싶다”는 다음 10년에 대한 소박하고 원대한 빅뱅의 바람을 전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