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연우가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김연우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땡큐(Thank You)’를 개최했다. ‘땡큐’는 김연우의 20년을 망라해 보여주는 공연인 동시에 지난해 12월 성대 이상으로 콘서트를 취소했던 그가 8개월 만에 복귀하는 공연이기도 했다. 김연우는 지난해 공연 취소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2,000명의 관객을 이번 공연에 무료로 초대해 자신을 기다려준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1996년 데뷔한 김연우는 오랜 기간을 목소리만 알려진 얼굴 없는 가수로 지냈지만, 이제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은 여전히 김연우를 목소리로 알아보고 기억한다. 김연우의 노래가 독보적인 덕분이다. 이처럼 노래를 잘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가수인 김연우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콘서트 중 눈물을 보이고 결국 콘서트를 마칠 수 없었던 것은 많은이들에게 충격과 걱정을 안겼다. 김연우는 이번 공연을 통해 완전히 회복된 목소리로 팬들에게 진정한 감사를 전할 수 있었을까.
콘서트는 1996년부터 현재까지 20년간 우리 사회의 큰 뉴스들을 다루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김연우는 다소 화려한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이번 공연에서 처음 공개하는 신곡 ‘앤서 미(Answer me)’와 드라마 ‘프로듀사’ 삽입곡 ‘투 비 위드 유(To Be With You)’를 열창했다. 오프닝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한 김연우는 사과의 뜻부터 전했다. 공연 전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 때문에 관객 입장이 늦어져 공연이 15분가량 지연된 것. 김연우는 “공연할 때마다 비가 오는 경향이 있는데, 오늘도 소나기를 몰고 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여름비에 젖은 관객이 덥지 않도록 냉방에 신경 써줄 것을 당부했다.
공연 중도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 이후 다시 서는 콘서트 무대이니만큼, 김연우는 오프닝부터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그는 “성대 이상으로 작년에 공연을 취소한 지 8개월 만에 인사드려 뜻깊은 시간”이라며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나 속상해서, 아직도 속상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김연우는 “회복이 잘 돼서 여러분 앞에 섰다”며 자신의 상태를 알렸다.
김연우의 회복은 다시 이어진 무대에서 증명됐다. 그는 무대에서 대표곡인 ‘연인’과 ‘그대라서’, MBC 공식 리우올림픽 금메달 기념곡 ‘그 곳에 올라’ 등 다양한 곡을 부르며 자신의 회복을 목소리로 증명했다.
20년간 그저 노래를 정말 잘하는 가수로만 살아왔을 것 같은 김연우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김연우는 1998년도에 발매한 김연우 1집 앨범에 수록된 ‘그대 곁엔 나밖에’를 부른 뒤 “1집 발매 당시 IMF가 터졌고 방송을 세네 번 하고 활동을 접었다”며 “인생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걸 28세에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무대에는 깜짝 놀랄만한 게스트가 등장했다. 샤이니의 온유가 김연우를 좋아하는 후배 가수로 무대에 선 것. 김연우는 온유와 함께 샤이니 미니앨범 수록곡 ‘내가 사랑했던 이름’을 부르며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온유는 듀엣 무대를 마친 뒤 김연우에게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건강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김연우는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이별택시’,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등 자신이 가창해 대중적으로 많은 화제를 얻은 노래를 부르고 김연우가 존경하는 아티스트인 스티비원더의 곡들을 메들리로 선보여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번 공연의 마지막 게스트는 역시 유희열이었다. 유희열은 김연우에게 ‘김연우’라는 예명을 지어줬고 함께 토이로 활동하며 김연우에게 다수의 대표곡을 선사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김연우는 유희열을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고 유희열은 김연우를 “토이의 은인”이라고 말하며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연우는 유희열에 반주에 맞춰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불렀고 유희열과 함께 ‘그럴 때마다’를 열창해 20주년 기념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이 자리에서 유희열은 “김연우는 저와 할 때 제일 멋있다. 제가 김연우를 가장 잘 안다”며 20주년 기념 앨범에 참여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 오프닝 영상이 재상영 되며, 지난 20년간 가수 김연우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돌아보는 나래이션이 시작됐다. 김연우는 이 영상에서 1995년도에 처음 광고 삽입곡을 불렀던 것과, 토이 활동,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 출연, 지난해 전국투어 중 공연 취소 등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영상 상영 후 김연우는 ‘이미 넌 고마운 사람’을 부르고 “20년 활동했지만 16년을 얼굴 없는 가수로 살았다”며 “방송에 나간 후 이제는 얼굴을 많이 알아봐 주신다. 오래 활동하니 별일이 다 생긴다. 앞으로 20년 30년 더 노래할 수 있는 김연우가 되겠다”는 소회와 각오를 동시에 밝혔다.
김연우는 마지막 곡으로 1996년에 발표된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선택했고,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휴대전화 조명으로 환한 불빛을 만들어 그의 노래에 화답했다. 20년 차 가수 김연우는 결국 무대 위에서 눈물을 보였다. 지난해 콘서트에서 흘렸던 눈물과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김연우는 무사하고 아름답게 마지막 노래를 마치고 앙코르 무대를 이어갔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