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현의 음악이야기] 기타 제작의 장인들과 입으로 악기를 만들어보다

[기우현의 음악이야기] 기타 제작의 장인들과 입으로 악기를 만들어보다

기사승인 2016-09-12 13:03:44
기타스토리(Guitar Story)의 두 번째 이야기로 기타리스트들이 연주하는 기타를 제작하는 길모어 대표인 최종규 대표와 블루지 사운드 대표인 문찬호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대 부근 카페에서 만남을 가진 이날은 유달리 더위가 심한 하루였다. 블루지 사운드 대표인 문찬호 대표는 직접 경남 사천에서 상경했다. 

기우현(강현득) :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렇게 기타 장인들을 직접 뵙게 됐네요. 길모어 기타 최종규 대표님은 예전에 한번 인사드렸구요. 문찬호 대표님은 멀리서 와 주셨네요. 만나서 정말 반갑니다.

최종규, 문찬호 : 네 반갑습니다. 

기우현 : 기타라는 악기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오늘 다 물어봐야겠네요. 

저도 기타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첨에는 기타가 뭔지 잘 몰랐어요. 그냥 이상이 생기면 고치러 가고 그랬는데, 오래 만지다 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뜯어보고 픽업(Pick up)도 갈아보고 헤드도 분리 해보고 하다보니 “이런 걸 만든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먼저 길모어 기타는 국내에서 꽤 인지도가 있는 기타 브랜드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레전드 그룹인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조용필씨와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시는 최희선씨가 길모어 브랜드 기타로 연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두 분이 가지고 계신 기타는 어떤 것들의 기타인가요?

최종규 :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씨의 모델은 픽업만 20번 이상 교체해서 잡은 톤입니다. 그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현장에서 기타리스트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과 수정을 반복한 끝에 만들어진 기타이지요. 조용필씨의 기타는 락(Rock)적인 성향이 많게끔 만들어져 있어요. 조금 돈이 많이 들어간 기타입니다. 

기우현 : 아. 락(Rock) 적이라면 험버커 픽업에 디스토션이나 퍼즈계열의 소리를 잘 표현해주는 악기이군요. 제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일반 재즈나 기타 다른 계열의 기타도 제작을 하시는지요?

최종규 : 물론이죠. 락 기타만을 제작하지 않습니다.소리를 만드는 것은 우선 기타의 디자인부터 생각해야 한다. 울림이 틀리기 때문에 어떠한 소리를 내는 기타를 만들지 연구하면 가능합니다.

기우현 : 그렇다면 락 기타와 재즈기타 제조과정이 어떻게 다른가요? 먼저 바디가 틀려지고 픽업이 달라지겠죠?

최종규 : 네 맞습니다. 일반 재즈나 블루스 음악의 기타는 기타 바디의 울림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바디도 락 기타와는 다르게 통이 두껍고 울림이 더 있습니다.

픽업의 경우는 기타리스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제조할 수도 있구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바디의 모양이나 구조가 소리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기우현 : 기타바디(Body)도 하나하나 다 수공업으로 제작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종규 : 네 요즘은 대량 생산체제라 기계가 대량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저는 다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우현 : 신기하게도 똑같은 나무를 잘라서 만든 기타도 소리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모든 조건이 비슷하면 표준화된 소리가 나야 정상 아닌가요?

문찬호 : 같은 나무라고 해도 상단과 중간단 뿌리단에 따라 소리가 달라집니다. 결국에는 세상 모든 기타가 똑같은 소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거죠. 미세하게 틀립니다. 예전에 제가 만든 기타이지만 지금은 똑같은 소리를 가진 기타를 다시 만들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기우현 : 아 같은 범주의 소리는 있을 수 있어도 똑같은 소리는 아니군요. 60년대 생산된 펜더(Fender)의 소리와 90년대 생산된 펜더 소리와 지금의 펜더 소리가 각각 다양하다. 리슈 (해당년도 모델의 카피)라는 모델로 생산해도 소리가 다르다. 왜 그러한가요? 이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이는데요.

최종규 : 60년도 펜더의 경우 그 당시는 지금의 기타 제작과는 완전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모두 수작업이었구요. 우선 나무상태가 지금보다는 너무 좋았죠. 잘 건조되고 오랫동안 잘 보관된 나무를 썼구요. 기타지판인 로우즈드 나무의 상태도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관리가 되었습니다. 지금이 일부 나무는 벌목금지 때문에 구하기도 힘들지요. 픽업 또한 지금과는 다른 성분이 섞인 코일들을 사용을 했습니다. 물론 한땀 한땀 제작하는 장인정신의 기술은 기본이구요.

지금은 생산량을 조절하려면 이렇게 까지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우선 잘 숙성된 나무부터 구하기 힘들어요. 그런 나무를 보관하려면 보관료도 들기 때문에 원가와 맞출 수가 없는 것이지요. 유명한 펜더 회사도 지금의 펜더 대량생산체제에서 마무리 작업 등 옛날 같지 않다. 이게 펜더인가 마크만 펜더인 기타가 많아요.

기우현 : 일렉기타와 어쿠스틱 기타가 있는데, 이 둘의 제작 방식이 많이 다른가요? 제 단편적인 생각에는 어쿠스틱이 조금더 예민해서 제작이 까다로울 거 같은데요.

문찬호 : 난이도는 비슷하다고 봅니다. 일렉기타는 바디를 하나의 통으로 된 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반면에 어쿠스틱 기타는 판들을 모아서 바디를 만드는 형식입니다. 나무의 두께 등 어쿠스틱 기타가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우현 : 그렇군요. 우리나라 기타 제작 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는 건가요? 국내 브랜드도 꽤 다양한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최종규 : 우리나라 기타제작 기술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PRS, 테일러 기타 모두 우리나라에서 일부 만들어져있습니다. 지금은 단가를 맞추기 힘들어 동남아로 갔지만 한때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었습니다. 세계적인 기타메이커들에 비해 소리로서는 절대 밀리지 않아요. 

문찬호 : 제가 제작한 소리가 좋았던 기타가 있었고, 중고시장에 나왔을 때 새 가격보다 고가로 나왔어요. 다른 외국브랜드 기타들과 블라인드 테스트 했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기타이고 다시사서 연구하려 했는데, 특히 기타의 내구성에 대해서 보려했으나, 다른 구매객이 가져가서 다시 제품으로 못 온 경우도 있어요. 

기우현 : 브랜드에서 밀릴 뿐이지 실질적인 소리로서는 세계적 브랜드에 많이 근접했다고 봐도 무관하겠군요. 더욱더 소리가 궁금해지는데요? 아무래도 악기다 보니 장인정신이 정말 필요한 것 같은데요. 제작을 배우려면 많이 힘든가요?

문찬호 : 국내에는 정식으로 배우는 대학이나 학원 등 전무하니까요. 인맥이나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게 현실이죠. 저희도 외국에서까지 유학을 다녀왔지만, 국내에서는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아쉽기는 해요. 장인정신이 필요한 직업군이구요.
       
미국의 유명한 어쿠스틱 기타 회사인 마틴(Martin) 에서는 옛날 우리 선조님들의 도공들처럼 만들다가 마음에 안들어서 중간에 버려진 기타들을 사가지고 가서 자신들이 다시 개조해서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기우현 : 두 분은 정말 기타의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이 가능한 마에스트로들이신데 유명한 락 그룹 “퀸” 의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가 만든 기타가 첨부터 끝까지 제작한 기타인가요? 

최종규 :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경우 기타 1대를 만들었고 직접 합판까지 제작을 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우현 : 그렇군요. 난 또 공학도라고 해서 다 나무 대패질 까지 다 했나 하고 궁금해서 여쭈어 봤습니다. 

기우현 : 이번에 기타 사용자로서의 질문 한가지요. 기타의 넥 휘어짐 기타리스트의 입장에서는 정말 귀찮습니다. 이거 어찌 안되나요?

문찬호 : 넥 휘어짐에 강한 기타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만큼 제작비가 올라갑니다. 기타 회사에서는 대당 단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지금처럼 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예요. 넥 휘어짐에 강한 기타는 제작이 가능합니다. 

기우현 : 이외에도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지면관계상 못 알려 드리는 게너무 아쉽네요. 끝으로 요즘 DIY가 유행인데, 이런 기타나 악기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이런 것을 가르치는 전문적인 학교가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어떠신지요? 이쪽분야를 하나의 학문으로 다루는 것은요?

최종규 : 사실 젊은 시절에 저 또한 필요성을 많이 느꼈는데요. 아쉽게 대한민국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갔었지요. 국내에서도 이제는 이러한 악기제작 관련 공부가 가능한 학교가 있다면 유익할거 같습니다.

문찬호 :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게 미국유학 후 국내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막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토록 희망해서 배우긴 배웠는데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요. 이런 진로에 대한 부분도 보통 학교에서 같이 고민해주고 이끌어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공부하고 어떤 방식으로 취업이나 실질적으로 산업전선에서의 자신의 위치등만 보장 된다면 매우 매력적인 직업군으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기우현 : 요즘 어린 아이들이 보통 악기1개 이상씩은 배우더라구요. 최근 우클렐레 열풍이기도 하지요. 보편적인 악기보다는 자신만의 악기를 희망하는 수요층도 많이 늘고 있고 대한민국이 먹고살기 힘들지만 문화적 결핍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서에도 좋으니까요. 오늘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좋은 기타 많이 만들어주세요. 저도 꼭 하나 가지고 싶네요. 다음에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종규, 문찬호 : 반가웠습니다. 좋은 연주로 아름다운 소리 들려주세요.

소통은 좋은 하모니를 낸다. 기타리스트와 기타제작의 장인의 만남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서로간의 대화로 만들어지는 명품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보다 많은 소통으로 좋은 하모니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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