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반응육아①] 아이의 불편한 감정, 다그치지 말고 보듬자

[명절 반응육아①] 아이의 불편한 감정, 다그치지 말고 보듬자

기사승인 2016-09-14 08:51:07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며느리에게만 명절증후군이 있는 게 아니다. 긴 명절 연휴를 보내려면 아이도 힘들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을 겪느라 불안하고 힘든 아이, 그런 아이를 보느라 더 힘이 들 엄마, 아빠를 위해 한솔교육연구원 김정미 원장이 유아 명절증후군에 대처하는 반응육아법을 전한다.

“보채는 아이, 불안을 인정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주세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던 추석의 여유는 지난 시절의 것이다. 명절의 여유와 풍요로움은 옛말, 현대인에게 추석 같은 명절은 잔치이기보다는 부담이고 스트레스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부모와 함께 여행한다는 마음에 들뜨겠지만, 명절 특유의 교통체증과 낯선 환경은 아이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부담을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외부 조건인 긴 시간의 교통체증, 낯선 잠자리와 사람들을 견뎌야 하는 명절 스트레스는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예측할 수 있고 대처할 수 있다면 내가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를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 우선 밀리는 길 위에서 아이가 짜증내고 보채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교통체증은 미리 예상한 일, 출발 전 아이에게 차 안에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할지를 알려주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지 함께 의논하고 준비해보자.

예를 들면, 아이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가는데, 한 네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네 시간이면 한솔이가 유치원에 가서 점심 먹을 때까지의 시간이야. 우리는 그 시간 동안 차 안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라고 아이에게 물어 보자. 아이가 ‘장난감, 게임기로 놀고 휴게소에서 음료수도 먹자’라고 한다면 부모는 “좋아” 하고 약속을 정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가 제안한 것을 한 번에 승낙해주는 것이 좋다.

“책을 읽는 건 어때? 게임기도 좋지만 너무 많이 하면 안돼, 조금만 해야지?”하고 단서를 달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훈육하지는 말자. 부모가 알아서 결정하고 준비한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이 참여한 결정이므로 아이는 책임감을 갖게 될 것이다. 아이가 아직 어려 스스로 무엇을 결정하거나 제안하기 어렵다면 아이가 평소 짜증날 때 하는 행동과 이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던 상황을 부모가 기억하고 준비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아이들이 짜증을 낼 수 있다. 이때 부모는 다시 한번 아이의 발달수준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은 연령별로 한계가 있다. 그러니 ‘지금 얼마 왔고 앞으로 몇 시간 정도 가면 돼’라고 현실을 일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차가 막히는데 어떡하라고, 나도 힘들고 짜증난다. 가만히 있어, 짜증내지 말고!” 하며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 봤자 아이는 이에 순종하지 못한다. 오히려 부모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며 아이의 고통이 배가될 뿐이다.
 
아이의 불안은 도착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풍경은 아이에게도 스트레스다. 어린 영아라면 오랜만에 봐서 낯선 조부모, 친척이 다가와 덥석 안고 친숙하게 대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 될 수 있다. 조금 큰 유아의 경우 친척의 호칭을 모르고 사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외우도록 주지하는 압박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만일 아이가 수줍음이 많거나 붙임성이 적다고 조부모가 부모를 꾸지람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자기 때문에 부모가 혼나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 상황을 비난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조부모나 친척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데도 아이가 자꾸 엄마 옆에만 붙어 있는다면 보통 엄마들의 반응은 이렇다. “저리로 가, 인사 안 해?”, “엄마가 일러줬잖아, 엄마 일해야 해, 할아버지 옆에 가서 앉아 있어. 그럼 아빠한테 갈래?”라며 다그칠 수 있다. 이럴 때는 기다려주자. 아이가 서서히 적응하도록 아이 속도에 맞추자. 부모는 아이를 다그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반응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 그러냐며 다그치거나 캐묻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자. “부끄러워? 그럼 엄마 옆에 있어. 엄마 일해야 하니까 여기 앉아 있을래?’라고 아이를 위로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낯선 환경에서 아이에게 가장 편안한 장소는 엄마 곁이다. 엄마 옆에서 아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을 것이고, 주위를 탐색하며 더 흥미로운 환경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아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기다려주면 된다. 아이를 먼저 안정시켜주면 다음은 아이가 스스로 다가갈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상황에 따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만 우리의 뇌는 안정된 정서 상태에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엄마가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긍정적으로 이해해 줄 때 아이는 안정된 정서 속에서 현실을 인지하고 자신의 통제력을 발휘해 조절력을 키우게 된다.


◇ 대응법 요약

1. 앞으로 겪을 상황을 아이에게 미리 일러준다.
예 : 앞으로 네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야 도착할거야.

2. 대처방법을 아이와 의논하고 결정한다.
예 : 가는 동안 무엇을 하며 보낼까?

3. 아이의 제안에 단서를 두거나 제한하지 않고 한 번에 ‘좋아’라고 승낙한다.
예 : 좋아. 그렇게 하자. / 안 좋은 예 : 그것도 좋지만 이것은 어때?

4. 아이의 불안을 다그치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말해주며 인정해준다.
예 : 불안해, 무서워, 부끄럽구나. / 안 좋은 예 : 왜 그래? 뭐가 부끄러워? 저리 가, 괜찮아.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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