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보건당국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보다 엄격하게 처벌하기 위해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 ‘낙태수술’이 처벌 대상에 포함되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등 강하게 반발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3일 보건복지부는 주사기 재사용 사태 등을 계기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저지른 의료인의 의사면허를 최대 1년 간 정지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는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사용’, ‘대리수술’, ‘성폭력 범죄’ 등 8가지 항목이 있는데, 이중 ‘임신중절수술(낙태수술)’이 포함돼 논란이 불거졌다.
일전에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사전 협의에 없는 내용이 발표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협은 “비도덕적 진료행위 8가지 유형의 찬반 여부를 떠나 공동 주최자인 의사협회와 사전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면허제도 개선안 중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되지 않은 부분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이영일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비도덕적 진료행위 8가지 유형은 이전에 문제가 돼 처분을 받은 바 있는 진료행위들이다. 전혀 새로운 내용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 다나의원 사태 등 연이은 의료계의 문제로 의료면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은 사회적 동의를 얻은 사안이다. 이 외에도 문제될 내용이 없는지 계속해서 각계 의견을 받아 적정한 부분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가 해당 개정안을 그대로 진행하면,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 전면 중단해 배수진을 치겠다는 입장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현재 낙태는 모자보건법상 처벌이 적용되는데, 만약 12개월 자격정지까지 들어가면 양벌규정이 되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 규정과 처벌 조항 등에 대한 의협의 제안을 이달 말까지 요청해둔 상태다. 이를 토대로 내부 검토를 거쳐 개정안에 반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의협은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할 계획이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해당 법안에 대한 의견을 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내용이 다 정리되지 않아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낙태수술이 이번 법안에서 제외될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 이영일 사무관은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어떤 방향으로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또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도 거쳐야 하므로, 8가지 의료행위 처벌을 모두 12개월로 맞출지도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는 의료위반행위의 경중, 사회적 비난 가능성,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 등을 비롯해 모자보건법에서 제외되는 행위 중 불가피한 사항 등을 고려해 검토해볼 예정이다”면서,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니므로 행정처분 양정을 경고 단계부터 나누는 등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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