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동=김희정 기자] 정부부처와 경북도를 비롯한 지자체는 최근 3년 동안 청년창업에 약 2조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청도 3년간 약 5000억원을 들였다.
하지만 창업을 위한 예산이 반드시 창업의 질과 성공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육성 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 이후의 기업 경영을 위한 세무, 회계, 특허, 마케팅 등의 관리다.
이에 경북도는 청년CEO와 대학창업보육센터 관계자 등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성장단계별로 차별화된 지원을 하는 등 양적 성장보다 제대로 된 창업기업이 탄생하도록 안정적 정착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 청년창업 지원, 대학과 맞손
경북도는 지역대학과 손잡고 양질의 청년창업 지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도는 지난 3월 대구대, 동국대(경주), 한동대, 구미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취업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월 대구대에 대학창조일자리센터를 개소했다.
협약에 따라 도와 4개 대학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우수한 중견·중소기업과 연계해 지역청년들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
취업지원 외에도 경북일자리종합센터·대학창조일자리센터·고용존 등 각 기관의 시설과 프로그램 정보 공유, 창업 공간 제공 및 창업교육, 창업활동 지원 등도 추진한다.
대구대는 경산-남부권, 동국대는 경주-동남부권, 한동대는 포항-동부권, 구미대는 구미-중부권 등 권역별 거점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대학 내 분산돼 있는 창·취업 지원기능을 통합해 학생들이 고용센터 등 일자리 정보를 직접 찾아다니는 시간을 덜어주고 정부와 지자체의 고용정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
도는 앞으로 5년간 이들 대학에 국·도비 등 예산 9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청년일자리 신규시책을 발굴하고, 창업과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겐 창·취업 전문가를 연결시켜준다.
또 올 5월부터 대구가톨릭대학교, ㈜커피명가와 함께 청년창업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커피를 마시며 창업의 꿈을 키우고 정보를 공유하거나 교육에 참가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카페는 대학생에게 창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적극적인 창업문화를 확산시키는 등 대학가 내 자생적 창업 커뮤니티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
도는 또 내년부터 지역대학 및 커피명가 가맹점과 연계해 경산권·구미권·북부권 등 권역별로 점차 확대해 대학생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청년창업카페는 상시 개방되며 매주 월요일 오후 3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 출신 창업가 초청강연, 북 콘서트, 창업 스터디와 세미나, 창업정보제공과 창업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창업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투자자나 멘토와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축된다.
정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청년창업카페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창업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 두려움을 없애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도가 중심이 돼 지역대학생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 청년창업 ‘육성 넘어 사후관리까지’
청년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청년창업이지만 체계적인 준비 없이 무모하게 뛰어든다면 실패율도 높다. 얼마나 많은 청년이 창업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창업기업이 얼마나 오래 기업을 유지하고 꾸준히 성장하는 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창업실패의 책임을 오로지 청년창업가 개인의 탓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년들의 재도전 의지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도가 올해 처음 시작한 ‘리본(Re-born)캠프’와 ‘청년멘토단’은 도만의 돋보이는 청년창업지원정책이다. 청년들이 기업가정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창업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 둘은 도의 청년창업지원정책이 핵심이 ‘창업육성’에서 지속적인 ‘사후관리’로 전환된 시발점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리본(Re-born)캠프’는 ‘다시 태어난다’는 뜻처럼 경험부족과 시행착오 등으로 창업에 실패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패자부활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지 않고 지역사회도 책임감을 느끼고 재 창업을 향한 여정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경북도에서는 지난 6년간 1244팀의 청년들이 창업해 1767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이들 기업 중 555팀이 폐업하는 등 생존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경북도내에서 기존사업을 휴·폐업하고 재도전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 또는 재 창업 3년 미만인 만 39세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청년창업가에게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창업 활동비 600만원을 지원한다.
또 시제품 제작, 마케팅, 상표 및 디자인 등록 중 청년창업가가 원하는 분야에 맞춤형으로 최대 500만원까지 추가 지원한다.
이와 함께 실패를 경험한 창업가의 자신감 회복과 재도전 의지와 역량을 높여주기 위해 실패원인 분석과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민간창업보육기관과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을 공유하는 민간 협업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지난 10월부터는 도내 청년창업기업의 멘토링을 위한 분야별 전문가 ‘청년멘토단’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7~8월까지 공개모집과 기관추천을 통해 청년멘토 13명을 뽑았다.
‘청년멘토단’은 청년창업과 창업기업육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재능기부를 통한 멘토링이 가능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총괄, 경영관리, 지식재산, 마케팅, 투자자문 등 5개 분야로 세분화해 운영한다.
이들은 향후 2년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실전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멘토링을 청년창업기업에 상시 제공하게 된다.
청년창업에 대한 인식과 저변확대를 위해 대학생, 도민, (예비)창업가들을 대상으로 강연에도 나설 예정이다. 도는 이 사업이 창업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를 빗댄 일명 ‘죽음의 계곡’ 극복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창업실패경험이 그간의 기업 모순을 보완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해 성공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초기창업가 육성 뿐 만 아니라 창업 이후 적극적인 사후관리까지 창업지원정책 영역을 넓힌 것이다.
궁극적으로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오뚝이처럼 일어나 또다시 창업에 뛰어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결국엔 원하는 성공을 이뤄야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성희 경북도 청년취업과장은 “도는 전국 최초 청년취업과를 신설하고, 청년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와 기업, 대학, 지자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임을 인식시키는데 주력해 왔다”며 “실질적인 청년일자리 확대를 위해 취업협력시스템의 전 방위적 구축과 청년창업지원정책을 창업육성에서 사후관리 강화로 전환시키는 성과도 거뒀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을 기반으로 청년고용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대학 등 취업지원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청년일자리 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 분석 후 2017년도 세부 추진계획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해 도의 취업정책이 청년행복에 초석이 되고 청년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더욱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도는 올해 다양한 청년일자리정책을 추진해 9802명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했다. 올 초 수립한 목표 1만1590명 대비 85.2%의 실적이다.
내년에도 청년CEO육성 및 중소기업인턴사원제 확대, 청년취업 맞춤형 캠프, 청년해외취업지원, 청년실업구조대운영 등 청년일자리 분야에 예산을 적극 투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