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연진 기자] 내년 해외 사업 계획을 구상 중인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건선사들의 해외 수주 물량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예정인 가운데 내년 시장 전망도 암울하기 때문이다.
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183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 가량 감소했다. 이 수치는 지난 2006년 165억 달러와 비숫한 수준으로 약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2005년 8년만에 100억 달러를 넘겼으며 2007년 398억 달러를 넘어섰다.
해외수주가 급감한 이유는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저유가로 재정상황이 악화된 중동 국가들이 발주예산을 대거 축소했기 때문이다. UAE,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국가에서의 수주 감소가 올해 해외 수주 부진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발주처의 수주 요건은 고도화하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계가 이 같은 환경변화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한 몫 했다.
문제는 내년 해외시장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올해와 비교해 소폭 증가할 수 있지만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된 가운데 그의 공약대로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증가할 경우 현재의 저유가 기조가 지속돼 중동 산유국들의 대규모 발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내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평균 50~55달러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더라도 중동이나 중남미 국가들의 악화된 재정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힘이 실린다. 미국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의 자금이탈로 이어져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2년 동안 분양시장 호조로 국내주택이 실적을 떠받쳐 왔지만 내년 국내 주택마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장 먹을거리가 사라졌다.
대형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로 중동에서 발주 물량 자체를 줄이면서 한동안 해외 진출 조차 힘들었다"며 "이로인해 해외 수주 실적이 급감했고 내년 해외시장 상황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이 여러가지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