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최근 마음의 짐을 푼 박태환(27)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박태환은 12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소재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제13회 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14분15초51로 골인,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장린(중국)이 2009년 일본오픈대회에서 세운 아시아기록(14분22초47초)뿐만 아니라 그레고리오 팔트리니에리(이탈리아)가 2014년 카타르 도하 대회에서 세운 기록(14분16초10)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앞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34초5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자유형 200m에서 1분41초03의 대회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경기 출전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올림픽 부진, ‘마음의 짐’ 때문이었을까
최근 검찰에 소환된 박태환 선수측 관계자가 김 전 차관과 박태환 선수의 대화 녹취 파일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과거 박태환 선수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는 주장의 연장선상으로, 해당 ‘사건’이 최순실과 관련이 있는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박태환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메달 6개를 따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회 두 달 전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18개월 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해당 사실이 밝혀진 뒤 박태환은 “수영을 하기 때문에 건조한 게 굉장히 심했다. 그래서 그 병원을 가게 되었는데 비타민에 대한 처방을 의사 선생님께서 해 주셨고 그것에 어떠한 문제도 없음을 저한테 말해줬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최근 박태환에게 리우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약물 복용 사실을 들이밀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은 “(김 전 차관에게) 긴장도 많이 돼 있었고 아무래도 제가 뭔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이기엔 너무 높은 사람이었다”면서 올림픽 전의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박태환에게 호르몬 주사를 처방한 의사는 박태환이 도핑 테스트를 우려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 설명 없이 해당 약물을 투약해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전문적인 의사가 미심쩍은 처방을 한 것과 본인을 협박한 김종 전 차관, 더 나아가 김 전 차관과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최순실이 관련이 있는지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IOC 헌장 위반’ 들먹인 김종 전 차관, 무지했거나 변명이거나
김 전 차관은 지난 7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태환이 출전하면 ‘IOC 헌장 위반’에 해당되는 줄 알았다고”고 증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출전시키지 않는 것이 IOC 정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김 전 차관은 “(올림픽에) 가지 못했을 경우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설명해줬는데, 박태환 선수가 잘못 받아들인 것 같다”면서 “내가 박태환에게 보내준다고 얘기하면 정부가 IOC 헌장을 위반한 꼴이 된다. 그러면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시 박태환을 올림픽에 출전시키지 않는 것이 IOC 정관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박태환은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의 징계를 받고 18개월 동안 선수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리고 징계가 끝난 올 4월,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부에서 100m, 200m, 400m, 1500m를 석권하며 올림픽 A 기록기준을 가볍게 통과했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라 박태환의 출전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이중처벌이므로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앞선 2011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IOC가 처벌 기간 만료 후 다음 올림픽에 출전을 금지시켰던 ‘오사카 룰’에 대해 “이중처벌이므로 이는 무효이며, 더 이상 적용시키지 말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IOC는 해당 규정을 없애고, 각국에 이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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