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 홍보 사진이 날달걀과 케첩으로 범벅이 되는 수모를 당했다.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 김영만 상임의장이 14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 3‧15민주묘지 기념관에 걸린 박 대통령 홍보 사진에 날달걀을 던지고 케첩을 뿌렸다.
도내 4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이 시민단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박 대통령의 퇴진을 계속 촉구해왔다.
김 의장은 국립 3‧15민주묘지 기념관에 박 대통령 홍보 사진은 기념관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철거를 요구해왔다.
김 의장이 철거를 요구한 사진은 박 대통령이 2013년 5월5일 어린이날 청와대에 초청받은 어린이들과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다.
앞서 기념관 측은 이 같은 요구에 박 대통령의 사진을 내렸다가 며칠 뒤 슬그머니 다시 사진을 내걸었다.
이 기념관은 국가보훈처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민과 단체들이 3‧15의거와 박 대통령 홍보 사진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재차 사진 철거를 촉구했다.
1960년 3월15일 마산 시민과 학생들이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같은 해 4월11일 마산 앞바다에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숨진 김주열군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항의시위가 전국으로 확산,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월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까지 가결되자 사진 철거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하지만 기념관 측이 박 대통령 사진 철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사태가 확산된 것이다.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5의거를 모독하는 박근혜 사진을 당장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헌정파괴 범죄로 탄핵심판을 받게 된 식물대통령 박근혜의 대형 사진과 독재자 박정희를 미화하는 홍보영상물이 아직도 설치돼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국가보훈처가 관리하는 민주묘역은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창원 국립 3‧15 민주묘지 등 총 3곳”이라며 “그런데 다른 민주묘지에는 박근혜 사진이나 박정희 영상물이 없는데 왜 이곳에만 있는지 참으로 해괴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성지 창원시민들의 명령”이라며 “당장 사진과 영상물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도 국가보훈처는 박 대통령의 사진을 철거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의장은 이날 날달걀 투척 후 현장에 있던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마산동부경찰서는 공용물건 손괴 혐의로 김 의장을 입건하고 추가 가담자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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