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대본 의혹-폐지 논란에 답한 제작진… 정면 돌파 성공할까

‘우리 결혼했어요’ 대본 의혹-폐지 논란에 답한 제작진… 정면 돌파 성공할까

기사승인 2016-12-14 16:43:37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어느새 장수 프로그램이 됐다. 2008년 설 특집으로 파일럿 방송한 지 벌써 9년 가까이 흘렀다. 화려한 길을 걸었던 MBC ‘무한도전’에 비해 조용하게 1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근 연출을 맡게 된 허항 PD는 ‘우리 결혼했어요’를 ‘나이가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꾸준함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매번 똑같은 패턴에 대한 불만과 대본이 있다는 의혹이 하락세의 원인이다. ‘우리 결혼했어요’ 폐지 요구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됐다. 다른 프로그램의 종영 기사에 “‘우리 결혼했어요’는 언제 폐지되냐”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인기 아이돌 멤버가 출연하면 팬들 사이에서 ‘우리 결혼했어요’ 시청 거부 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새롭게 연출을 맡은 허항, 김선영 PD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변화를 위해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중이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기자들을 직접 만난 것도 제작진의 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이날 허항 PD는 “네티즌, 시청자들이 ‘우리 결혼했어요’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처음 만나서 결혼생활을 하다가 하차하는 패턴이 읽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커플이 투입되는 것도 숨기다가 나중에 시인하는 방식도 매번 똑같다”고 부진의 원인을 분석했다. 김선영 PD도 “‘우리 결혼했어요’는 시청자들에게 답답한 프로그램일 것”이라고 동의했다.

최근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기 시작한 이국주-슬리피, 정혜성-공명 커플은 두 PD가 시도하는 변화의 시작이다. 이국주-슬리피 커플은 이미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며 진짜 커플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제작진은 과거 서인영-크라운제이 커플이 그랬듯, 이국주-슬리피 커플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보여주려 한다. 제작진은 사전 미팅에서 “공명과 하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는 정혜성의 바람도 들어줬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정혜성-공명 커플을 다큐멘터리 느낌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제작진이 시도한 변화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것일까. 최근 ‘우리 결혼했어요’의 시청률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허항 PD는 “시청률이 상승세에 있지만, 만족스럽진 못하다”며 “전성기에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 조권-가인 커플이 있을 당시 조연출을 맡고 있었다. 그 때는 시청률이 17%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알렉스-신애 커플이 있던 초창기 커플의 색깔은 물론, 과거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우리 결혼했어요'의 편집, 자막, 스토리를 복습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이 이슈가 됐으면 좋겠고, 시청률도 기대 이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본이 존재한다는 의혹과 폐지를 원하는 댓글에 대한 입장도 솔직하게 밝혔다. 허항 PD는 “출연자가 보는 문서는 한 장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문서화 되는 건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신혼집에 있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놀이공원에 있다'는 식의 촬영을 위한 큐시트 정도다. 제작진이 개입하는 순간 시청자들도 느낄 것 같아 장소 이동 같은 큰 틀만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영 PD도 “모든 회차의 내용 중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통하지 않고 진행되는 아이템은 하나도 없다”며 “공명-정혜성이 스키장에서 첫 만남을 한 것도 두 사람이 스키장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얘기해도 ‘우리 결혼했어요’가 끝나는 날까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허 PD는 폐지를 원하는 댓글에 대해 “이미 전부터 인지하고 있다”며 “네티즌들과 시청자들이 괜히 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고 수긍하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오히려 오래됐고 매너리즘에 빠진 프로그램이라서 언제 폐지될지 모른다면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태도로 시작하려고 한다”며 “시청자들이 폐지 전에 한 번쯤은 ‘우리 결혼했어요’가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걸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가상부부들의 결혼생활을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55분 방송된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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