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뉴스’ 절박함에서 시작된 변화, 지상파 뉴스의 활로 개척할까

‘SBS 8뉴스’ 절박함에서 시작된 변화, 지상파 뉴스의 활로 개척할까

기사승인 2016-12-15 16:56:13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로 유명한 김성준 앵커가 ‘SBS 8뉴스’로 2년 만에 돌아왔다. 2년 동안 김성준 앵커는 정치부장과 뉴스제작국장을 거쳐 최근 보도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뉴스 진행 이상의 책임감을 갖고 복귀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각오부터 다르다.

15일 오후 2시 서울 목동서로 SBS 사옥에서 열린 ‘SBS 8 뉴스’ 기자간담회는 단순히 앵커를 교체하게 된 사연을 소개하거나 뉴스의 변화를 알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날 김성준 앵커는 절박함을 여러 번 강조했다. 김성준 앵커는 보도본부장으로서 느끼고 고민하는 점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가 생각하는 지상파 뉴스의 근본적인 문제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부터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김 앵커는 “기쁘거나 의욕적이거나 정말 잘해봐야지 하는 각오로 앵커를 맡게 된 상황이 아니다”라며 “조금 전 사진을 찍으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기도 꺼려졌다”고 말했다.

SBS 뉴스의 변화는 최근 벌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나 JTBC 뉴스의 약진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SBS는 이미 3~4개월 전부터 뉴스 개편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 앵커는 “단순히 시청률을 회복하는 문제 이전에 절박한 이유 때문에 개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 위에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큰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누가 더 오래 살겠다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죽으니까 보트를 내리고 파도치는 바다에 뛰어내려보자는 심정으로 개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앵커는 “볼 이유가 없다”는 말로 자신이 느낀 지상파 뉴스의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 하루 종일 실시간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전달되는 뉴미디어 시대에서 오후 8시에 TV 앞에 앉아 뉴스를 봐야하는 이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김 앵커는 “2014년 12월 31일 앵커로서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9개월 정도 보냈다”며 “충격적인 건 내가 9개월 동안 집에서 ‘SBS 8뉴스’를 딱 두 번 봤다는 사실이었다. 느끼는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집에서, 혹은 모바일이나 클립 영상으로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의 의미와 파장을 보여주는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뉴스나 이전에 보지 못한 깊이 있는 단독 뉴스, 어떤 관점을 갖고 살아야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뉴스를 추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앵커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SBS 8뉴스’의 변화는 네 가지였다. 다른 뉴스를 볼 필요 없게 만드는 소상한 뉴스가 첫 번째고, 대단한 화면이 없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면 현장을 지키는 뉴스를 하겠다는 것이 두 번째다. 녹화하고 준비된 영상에서 벗어난 라이브 쇼로서의 뉴스를 하겠다는 것이 세 번째고, 리포트 중심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직접 기자에게 묻고 답하는 형식이 네 번째다.

그가 제시한 변화를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JTBC 뉴스룸’이 떠오른다. ‘JTBC 뉴스룸’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올 것 같다는 말에 김 앵커는 “형식적인 면을 볼 때 ‘JTBC 뉴스룸’과 유사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강점이 있다. 지상파 뉴스의 노하우와 맨 파워,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심층적이고 잘 만들어진 리포트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지만, 김 앵커는 “대단한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앵커는 “앵커 두 사람이 바뀐 것 말고는 별 변화가 없다, 혹은 심심하다는 뉴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음향을 넣어 정신없게 만든 후 리포트를 내보내는 코너도 상당 부분 없앨 것이다. 일부러 간을 빼고 만드는 뉴스가 될 예정이라 조금 싱거울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클로징 멘트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 앵커는 “다시 맡으면서 클로징 멘트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준비하는 과정도 힘들었고, 결과나 반응도 고통스러웠다. 또 겪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만약 클로징 멘트를 하게 되면 과거에 했던 소신이나 사견 대신 사실을 SBS의 관점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매일 오후 8시 방송되는 ‘SBS 8 뉴스’는 오는 19일부터 뉴스 진행자를 교체하며 새로운 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평일은 김성준 앵커와 최혜림 앵커, 주말은 김현우 앵커와 장예원 앵커가 진행을 맡는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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