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8차 주말 촛불집회가 17일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이날 전국에서 약 77만명의 국민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서울 도심에는 추운 날씨에도 60만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가결에도 민심은 엄중했다.
8번째 촛불민심은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함에 따라 시민들은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재의 신속한 탄핵심리'를 촉구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참가자들은 전일 박 대통령 측이 "탄핵 이유가 없다"고 헌재에 제출한 답변에 규탄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하고, 헌재가 신속히 심리를 진행해 하루빨리 탄핵심판을 인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오후 8시 기준으로 광화문 일대에 누적인원 65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오후 5시쯤 한 시점 최다 운집인원 4만명 가량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퇴진행동은 "국민의 명령은 '박근혜 즉각 퇴진'뿐"라며 "지금 대통령 행세를 하며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를 강행하는 황교안 총리는 즉각 사퇴하고, 헌재는 한치 머뭇거림 없이 박 대통령을 신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본 행사가 이후 오후 6시30분부터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재 방면으로 4개 경로를 이용한 행진과 집회가 이어졌다.
법원은 퇴진행동이 경찰의 금지·조건통보에 대해 신청한 집행정지를 일부 받아들여 총리공관 100m 앞(우리은행 삼청동영업점 앞)과 헌재 100m 앞(안국역 4번 출구)에서 오후 10시 30분까지 집회와 행진을 허용했다.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앞은 오후 5시 30분까지, 팔판동 126맨션 앞은 오후 10시 30분까지 집회와 행진이 가능하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등 청와대에서 200∼400여m 떨어진 곳도 오후 10시 30분까지 허용됐다.
지방에서도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과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부산을 비롯해 광주, 천안, 제주, 전주, 청주, 춘천 등 주요 시도 곳곳에서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지방 집회에는 대선 후보군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광주 집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대선 후보군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전 서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울산집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서울과 지방의 집회 참석자 수를 추산해 전국에서 약 77만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서울 도심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도 열렸다.
박정희대통령육영수여사숭모회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 인근인 종로구 안국역 앞 삼일대로 일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은 종북세력과 언론의 선동으로 억지 탄핵을 당했다"며 "좌파세력은 헌재 협박을 당장 멈추고, 헌재는 탄핵심판 기각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정의로운 심판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100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일시점 최다인원 기준으로 약 3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엄마부대봉사단 등 다른 보수단체들도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로소공원에서 같은 성격의 집회를 열어 탄핵안을 의결한 국회를 규탄하고, 헌재에 탄핵심판을 기각하라고 촉구하고 서울역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경비병력 228개 중대(1만8200여명)를 배치해 촛불집회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 간 충돌 방지와 안전관리에 나섰다. 행진 과정에서 양측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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