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방송계까지 뻗친 비선 실세의 힘… 그리고 정윤회의 어긋난 부성애

[친절한 쿡기자] 방송계까지 뻗친 비선 실세의 힘… 그리고 정윤회의 어긋난 부성애

기사승인 2016-12-21 15:43:54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논란이 이제는 방송가로 번지는 형국입니다. 이번엔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의 아들 정우식이 특혜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처음엔 정윤회의 아들이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에 출연한 사실만 알려졌습니다. 지난 2일 뉴시스는 정윤회가 대한항공 보안승무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결혼했던 전력이 있다며 84년생 아들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정윤회는 10년의 결혼생활을 정리했고, 1995년 최순실과 결혼 후 이듬해 정유라를 낳은 것으로 전했습니다. 전처와 낳은 아들은 현재 소속사 없이 배우로 활동 중이고 최근 ‘옥중화’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죠.

그 배우의 이름은 정우식으로 밝혀졌습니다. 이후 곧바로 특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 국가대표 선발까지 온갖 특혜 의혹을 받은 정유라처럼 정우식 역시 특혜로 드라마에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습니다.

이에 정우식은 뉴시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25년간 아버지와 왕래가 없었다”며 “그동안 아버지의 연락처도 모르고 살았다. 아버지는 4~5년에 한 번 정도 휴대전화가 아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왔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근 보도를 보면 나도 몰랐던 부분들도 정말 많다”며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저 정도의 사람들일 줄은 몰랐다”라고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일 경향신문은 정우식을 드라마에 출연시키기 위해 MBC의 수뇌부가 제작진에 여러 차례 청탁을 넣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인 남성 연기자 100여명을 상대로 오디션을 실시했지만,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이 오디션에 참가하지도 않은 정우식을 캐스팅하라고 지시해 결국 해당 배역을 맡았던 사실도 공개됐죠.

이에 같은날 장근수 본부장은 보도 자료를 통해 “정우식의 드라마 출연과 관련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정우식은 정상적인 오디션에 참가해 여타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연기력이 평가돼 발탁된 것”이라며 “당시 이수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안광한 사장과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장 본부장의 빠른 해명에 논란은 잦아들었습니다. 의혹은 있지만 입증할만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대로 묻힐 수 있었던 의혹을 세상 밖으로 다시 끄집어낸 건 MBC에서 근무하는 PD였습니다.

MBC에서 ‘내조의 여왕’,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여왕의 꽃’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한 중견 PD 김민식은 지난 20일 사내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는 장근수 본부장님을 믿습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에서 김 PD는 직접적인 사실을 적시하는 대신 반어적인 표현을 이용해 특혜 의혹이 사실이라고 장 본부장의 해명을 반박했습니다.

김 PD는 “본부장님께서는 때로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서, 때로는 연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특정 남자 배우를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했다”며 “대본을 보고 극중 주인공 남동생 역할을 지정하여 캐스팅을 주문하신 일도 있고, 비중이 없는 신인치고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불러 제작진이 난색을 표했을 때는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캐스팅에 외압이 존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다 MBC 드라마를 위해서 하신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라며 “회사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예산을 타내기 위해 노력하던 과정에서 생겨난 불상사라고 믿는다. 지난 몇 년간, 그 배우의 출연작 리스트에는 KBS나 SBS가 없었다. 오로지 MBC였다. 그래서 더 부끄럽고 슬펐다”고 MBC PD로서 복잡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김 PD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게시판 글 내용은 복수의 드라마 PD들과 통화해 직접 확인한 내용”이라며 “일선 PD들이 드라마 PD 결정권과 편성의 최종 결정권자인 장근수 본부장의 추천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다. 후배들 말로는 본부장이 굉장히 난처해하면서 부탁을 해오기에 다들 사장 친구 아들인가보다 했다더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우식의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제2의 정유라 사건이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 비선 실세의 힘이 정재계를 넘어 방송계까지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비선 실세 관련 비리와 전횡만 해도 너무 많아 이젠 분노를 넘어 허탈한 마음까지 듭니다.

정우식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MBC 드라마 ‘개과천선’을 시작으로 ‘야경꾼일지’, ‘오만과 편견’, ‘빛나거나 미치거나’, ‘딱 너같은 딸’, ‘화려한 유혹’, ‘옥중화’ 등 MBC 드라마에만 7편 연속으로 출연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독 MBC에서만 연속 캐스팅이 되면서도 아버지의 그림자는 느끼지 못한 눈치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전처의 아들을 위해 압력을 행사한 정윤회의 부성애를 온 국민이 알게 됐습니다. 왕래도 없던 아버지의 어긋난 행동을 알게 된 정우식은 이 순간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