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일본 산켄전기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산연 노조가 사측의 고의 물량 빼돌리기 정황을 포착하면서 사측의 ‘기획 정리해고’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측은 경영상 이유가 아닌 노조 와해 목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셈이어서 고용노동부는 부실조사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는 25일 “지난 22일 사측이 임대한 공장에서 발견한 LED전구와 LED전원 등을 확인한 결과 사측의 고의 물량 빼돌리기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산연은 지난 10월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생산부문 폐지에 이어 생산직 전원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앞서 노조는 사측이 정리해고를 정당화하려고 생산물량을 의도적으로 일본 본사로 반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다시 말해 한국산연 근로자들이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 있는데도 사측이 없는 것처럼 속였다는 것인데, 이날 현장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현장에서 확인한 LED전원 제품이 일본 산켄전기 관계사인 이시카와산켄(SKO)으로 반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제품은 인도네시아에서 부품을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조립한 뒤 완제품 형태로 판매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정리해고가 경영상의 이유라는 사측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에 확인한 LED전구 제품의 양이 꽤 많은 점도 의심된다고 했다.
양성모 한국산연지회장은 “총 3만7000여 개에 달하는 LED전구 제품을 확인했는데 사측이 관리직을 동원해 만들었다는 샘플용 치고는 상당히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3월 사측이 정리해고 후 제품 생산을 위해 외주인원을 미리 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이 때 노조는 직책과 이름이 적힌 40여 개의 ‘한국산켄주식회사’ 이름표를 발견했는데, 이름표 직원 중 실제 한국산연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산연지회는 “이런 정황과 확인된 사실로 볼 때 사측은 생산 물량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생산 부문을 폐지하지 않고 제품 생산을 지속해 온 것”이라며 “결국 사측은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기획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으로 당장 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노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자세한 내용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현장을 방문한 날 근로감독관도 같이 왔는데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현장에서 이의제기나 제재가 있었어야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관계자는 “관리직 2~3명이 샘플용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은 확인했고 이 부분은 사측도 인정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외주업체 등이 동원돼 제품을 생산한 사실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있는 한국산연은 일본 산켄전기 자회사로 LED조명 등을 생산하는 100% 일본 자본 투자기업이다.
임금‧단체협상에서 노사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지난 10월 사측은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단행, 노사 갈등이 본격화됐다.
오는 27일 해고자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의 지노위 심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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