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협-건보공단의 현지확인 개선 합의, 진정성은 어디에

[기자수첩] 의협-건보공단의 현지확인 개선 합의, 진정성은 어디에

기사승인 2017-01-13 11:41:48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현지확인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합의한 내용이 공개되자마자 또 다시 잡음이 일었다. 같은 내용에 대한 서로 다른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살펴볼 때 가장 경제적인 합의안이었다. 의협은 비교적 빨리 나름의 결과물을 받아냈고, 이는 건보공단에게도 별 다른 손해없이 비난 여론을 잠재울만한 방책이었을 것이다 

개선안 내용은 방문확인은 요양기관이 협의한 경우만 실시 처벌보다 계도 목적으로 제도 운영 수진자 조회 등 향후 방문확인 제도 개선 협의 등 크게 세 가지다. 

지난 11일 의협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러한 내용을 발표하고, “건보공단이 개선안을 지키지 않을 시 협회차원에서 공단의 현지확인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치 공단의 방문확인 절차를 의료기관이 선택 가능하고, 의협의 주장처럼 의사들이 맘만 먹으면 방문확인을 전면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제까지 건보공단 방문확인 절차에서도 강제성은 없었다. 이번 개선안에서 방문확인은 요양기관이 협의한 경우만 실시한다고 합의한 내용과 동일하게 이전에도 의료기관이 원하면 거부가 가능했다. 합의하지 않으면 복지부로 넘기겠다는 것인데 공단 입장에서는 달라진 것도 양보한 것도 없는 상태다.   

요양기관의 선택권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의사들이 건보공단의 방문확인에 협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 사실상 폐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의협이 공단과 합의에서 무언가 얻어낸 것처럼 보이도록 말이다. 하지만 현실과는 차이가 있었다.   

위 해석에 대해 한 의료계 인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각 의료기관마다 케이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단과)협의를 하고, 자료요구 과정에서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형태의 보완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거부를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문제된 부분이 1이라면 공단은 2, 3배를 요구한다. 응하지 않으면 현지조사로 넘긴다는 식이라 개원의 입장에서 강제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 문제된 부분에서만 협조해도 법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렇지만 여기서 틀어져 복지부로 넘기면 부담이 상당하다. 복지부는 그 이상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의협이 이야기하는 현지확인 전면 거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사대상 병원과 의사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더욱 철저하게 이뤄지는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보다는 공단의 현지확인 선에서 마무리 짓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의료계 인사 또한 현지확인 전면 거부를 주장하는 단체의 인사였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합의안의 나머지 부분은 처벌보다 계도 목적으로 제도 운영 수진자 조회 등 향후 방문확인 제도 개선 협의 등이다. 계획이나 목표, 방향 설정도 없다.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의협과 건보공단이 합의안을 발표한 것은 보여주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의사 회원들의 입장을 반영했다며 내놓을 빠른 성과가 필요했고, 공단은 적당한 선에서 논란을 일단락 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나마도 두 기관의 기 싸움으로 속 빈 강정 식 협상이었음이 드러났다. 

의협 발표 다음날인 12일 건보공단은 자료를 통해 공단과 의협 간에 협의한 내용은 극히 일부 요양기관이 공단의 자료제출이나 방문확인을 거부·기피하거나 또는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는 경우에는 굳이 무리하게 방문확인을 강행하기보다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부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사실상 현지확인 폐지'는 아니라고도 일축했다. 딱히 합의한 것도 없는데 큰 소리 치는 의협이 공단입장에서는 못마땅했을 듯싶다. 

현지조사 중 자살한 강릉 의사와 가까웠던 한 의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현지조사 탓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논의가 마찬가지로 ‘귀에 걸면 귀걸이’여서는 안 될 일이다.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두 기관은 더 요란한 기 싸움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줄다리기가 더 이상 속 빈 강정이 아닌, 국민들이 용인하는 바른 방향의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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