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성경 “댓글에서 ‘이성경’ 아닌 ‘복주’로 불러줘 감동 받았어요”

[쿠키인터뷰] 이성경 “댓글에서 ‘이성경’ 아닌 ‘복주’로 불러줘 감동 받았어요”

기사승인 2017-01-13 17:40:57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지난 11일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의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배우 이성경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녀의 연기력을 칭찬하거나 비판하는 반응도 드물었다. 대신 댓글에는 복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성경이 자신을 지우고 살아있을 것 같은 김복주를 연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김복주를 보면 이성경이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맡았던 백인하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많았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툭툭 내뱉는 말투 등 이성경이 연기한 두 캐릭터에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곧 백인하도, 이성경도 사라지고 김복주만 남아 드라마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갔다. 지난 12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경은 “꿈같은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사실 더 재밌게 살릴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연기하면 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면이나 대사를 살리기보다는 복주가 돼서 말하고, 복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현장에서도 계속 복주로 있었어요. 목소리 톤은 일부러 낮게 한 거예요. 제가 톤을 높여서 소리 지르면 여성스럽게 나오더라고요. 또 어른들의 복잡한 감정이 아닌 순수한 감정을 연기하려고 했어요. 어른들에겐 작은 감정이라도 복주에겐 세상의 전부잖아요. 어른인 척하는 것보다 아이로 돌아가는 게 더 어려운 거구나 하고 느꼈죠.”


드라마 초반에는 모델 출신 이성경이 역도선수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실제 역도선수들은 바벨을 들어 올리는 데 유리하도록 키도 작고 팔도 짧은 체형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성경 자신도 자신의 체형이 역도선수 역할을 맡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본의 힘과 감독의 믿음에 이끌려 출연을 결정했다.

“처음엔 무제한 체급만 있는 줄 알 정도로 역도에 대해 잘 몰랐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저도 키도 크고 역도선수 역할은 힘들지 않냐고 했어요. 그래도 일단 읽어보라고 해서 읽었더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왜 이렇게 재밌고 난리야’ 하면서 저도 모르게 다 읽었어요.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외형적인 것만 볼 때 복주를 가장 사랑스럽게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저를 미셨거든요. 외형적인 조건이 맞아도 연기를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말도 하셨어요. 제가 이전에 연기한 모습과 가능성만 보시고, 이성경이 만든 복주가 기대됐고 잘할 거라고 말해주셨는데 정말 너무 감사했어요.”

이성경은 전작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종영한 직후 ‘역도요정 김복주’ 촬영에 들어갔다. 동료 배우 경수진이 3개월 전부터 리듬체조 선수 역할을 준비했던 것에 비해 턱없이 시간이 부족했다.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 4~5㎏을 찌우고, 나중에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훨씬 더 찌웠어요. 처음엔 몸무게는 늘었는데, 사이즈에는 변화가 없었어요. 다리가 잘 안 찌는 체질인데 허벅지만 두꺼워지더라고요. 야식도 먹고 계속 먹다보니까 살이 좀 붙어서 감독님이 좋아하셨죠. 살을 찌우고 복주로 연기할 때는 괜찮았는데 이성경으로 돌아오고 울컥한 적도 있어요. 평소에 입던 청바지에 다리도 안 들어가고, 살이 트니까 우울해졌죠. 사람들 많은 곳도 못가겠더라고요. 여자로서 매력을 잃어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엔 편하고 좋았어요. 얼굴이 부어도 복주처럼 나오니까 더 좋았거든요.”

‘역도요정 김복주’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시청률은 16회 내내 동시간대 꼴찌를 유지했다. 이성경에겐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결국 자신이 개인적으로 바랐던 목표도 이뤄냈다.

“시청률도 잘 나왔으면 좋겠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건 내려놓고 있었어요. 대신 부끄럽지 않게 내놓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드라마를 만드는 게 처음부터 목표였어요. 또 댓글이나 시청자들이 반응이 ‘이성경이 어떻다’는 게 아니라 ‘복주야’ 하는 식으로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었고요. 그런데 정말 댓글에서 복주라고 부르는 반응이 많았어요. 사랑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감동이었죠. 운 좋게 좋은 대본을 만나 최고의 현장에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한 것 밖에 없는데, 정말 축복이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역도요정 김복주’는 잊지 못할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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