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환우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바이럴 마케팅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정 병원을 비방하는 내용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잘못된 의료정보에 노출될 위험도 적지 않았다.
한 관절질환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재활운동, 의료상담, 치료후기 등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의료진으로 소개하는 회원이 칼럼을 게시하고 의료 상담도 진행해 환자들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일부 회원들이 자신이 작성한 치료 후기에 거짓으로 답변을 달거나 다른 회원에게 보내는 쪽지를 통해 교묘하게 특정 병원을 비방하거나 홍보하는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디를 바꿔가며 질문글을 게시하고 해당 글에 대한 답변도 임의로 달며 여론을 조작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문제가 된 회원의 경우 몇몇 병원에 대한 비방글을 게시하고, 아이디를 바꿔 동조하는 답글을 여럿 달고 있었다. 반면 특정 병원에 관해서는 유독 긍정적인 입장의 게시물을 작성하고, 같은 방법으로 동조하는 여론을 만드는 식이다.
이 같은 문제로 일선 병의원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악성 게시물로 피해를 입었다는 A병원장은 “온라인상에서 악의적인 비방 사례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선두주자들에 대한 견제가 심하다”며 “충분히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실제로 후배의사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그런 작업하는 걸 발견한 적도 있고 상대편이 같은 동료 의사라는 생각에 (법적 대응을)그만둔 적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병원이 받는 피해도 문제지만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에 선동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며 “잘못된 정보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꼭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가 왜곡된 정보 때문에 수술대에 올라 부작용을 겪는 일도 나타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일부병원은 서로 비방 공세를 하고 있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피해사례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 B병원 담당자는 “관련 (온라인)마케팅을 이미 하고 있어서 따로 할 말은 없다”고 일축했다.
특정병원을 비방하는 악성 댓글이나 게시물의 경우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보는 개인쪽지 등으로 공유되는 경우도 있고 각 분야마다 비슷한 사례가 많아 규제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진료기록부나 MRI 촬영본 등 개인의료정보를 공개하고 의료진으로 추정되는 회원에게 의료 상담을 받는 사례가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 개인이 인터넷상에 자신의 의료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의료법상 문제는 없지만, 의료인이 진료기록부 해석 등 진료소견을 제시하는 행위는 문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봉천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의료용어나 단순한 내용에 관해 설명한 것은 의료 전문가의 지식공유 차원이니 괜찮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병원을 알선하고 광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벗어난 곳에서 진료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의료인이 인터넷상에서 타인의 진료기록부를 보고 나름의 진료소견을 제시한다면 원격의료행위로 간주돼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온라인 등에서 이뤄지는 바이럴 의료마케팅을 제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외에도 최근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위헌으로 결정되면서 전반적인 불법 의료광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