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재활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재활병원이 병원급 의료기관 종별 신설을 앞두고 위기에 처했다. 그간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의료계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가운데 재활병원 신설이 정말 필요한 것이었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기존 병원급 의료기관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고, 한의사도 재활병원 개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18일 “재활병원 신설로 인해 기존의 전문병원 지정제도의 목적과 혼란이 야기될 소지가 크고 부실 요양병원들이 적법성을 갖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며 새로운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재활의학회도 ‘재활병원 신설’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은 “재활의학회가 왜 재활병원을 반대하겠느냐”면서도 “서둘러 법안을 만들게 되면(한의사 개설권 등) 문제가 될 수 있다. 재활의료전달체계의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 학회차원에서 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입장변화는 법안에 포함된 ‘재활병원 한의사 개설권’에 대한 보이콧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료계가 재활병원 이외의 재활난민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입장은 향후 비난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활병원 종별 신설 논의는 재활난민 문제에서 촉발됐다. 현행 재활치료 건강보험 수가 체계가 급성기와 만성기(요양) 환자에 중점이 맞춰져 있어 급성기 이후 아급성기(회복기) 환자들에 대한 의료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의료현장에서 꾸준히 지적돼왔다.
기존 요양병원에서는 만성기 요양환자의 돌봄에만 집중돼 재활치료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또한 일반병원의 경우 입원 후 90일이 지나면 입원료 지원이 삭감돼 치료를 온전하게 받지 못하고 퇴원해야 한다. 장기 입원환자의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회복기 재활 환자에게는 또 다른 의료 사각지대인 셈이다.
이처럼 오갈 데 없는 재활환자들이 퇴원 후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는 뜻에서 이른바 ‘재활난민’으로 불린다.
의료계에서는 재활병원 종별을 신설해 재활환자에 맞춘 수가 체계와 치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의사협회는 재활병원 신설 지지를 철회하면서 “현행 전문병원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활전문병원의 경우 여전히 부족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재활전문병원 인증과 운영 어려움, 재활의료전달체계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증진이나 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고보다는 이번 기회에 한의사를 재활치료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였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재활병원 종별 신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