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커녕 피눈물, 대가 너무 참혹”

“행복은커녕 피눈물, 대가 너무 참혹”

기사승인 2017-02-09 12:59:01

 

[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A(48)씨는 농아인(청각장애인)이다. 부인도 A씨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금슬 좋기로 소문난 부부였다.

적어도 A씨 부부가 농아인 투자사기단 행복팀을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행복팀을 접하면서 이들의 단란했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대체 A씨 부부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A씨는 2014년 부인이 아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행복팀을 알게 됐다.

행복팀 지역팀장은 A씨에게 공장을 지은 뒤 설립한 기업체에 일반인과 차별 없이 사무직 일자리를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사실 지역팀장이 한 말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A씨를 현혹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지역팀장도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누구보다 A씨 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도 팀장은 투자금 2배를 돌려주겠다” “좋은 아파트도 제공하겠다A씨를 꼬드겼다.

A씨는 계속된 회유에도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암 투병 중인 부인을 대신해 간 행복팀 모임에서 크게 실망해서다.

수십 명이 모인 그 자리가 투자설명회라기 보다는 마치 사이비 종교단체를 보는 것 같아 사기를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A씨가 투자를 망설이자 돌연 부인이 투자를 반대하면 헤어지겠다고 나섰다.

투자를 머뭇거리는 피해자를 대비한 행복팀의 수법이었는데, A씨는 행복팀이 부인에게 이혼을 종용한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아픈 부인이 걱정된 A씨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행복팀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A씨에게는 목돈이 들어가는 투자금이 없었다.

이 때부터 행복팀은 본색을 드러냈다.

A씨에게 당장 돈이 없어도 대출을 통해서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부추겼다.

그러면서 A씨에게 아파트 담보나 카드론 등 제2금융권 대출 등을 소개시켜줬고, A씨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1억원을 빌려 행복팀에 투자했다.

하지만 A씨 삶은 행복팀이 말하던 장밋빛 인생과는 정반대였다.

용접공으로 한 달에 200만원 남짓 벌면서 부족함 없이 지냈는데 행복팀 투자 이후 월급 대부분을 빚을 갚는데 고스란히 들어갔다.

A씨는 허리가 휘어져라 일을 했지만 높은 이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 이 과정에서 암과 싸우던 부인마저 세상을 떠났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A씨는 빚을 갚느라 아파트를 처분하고 지금은 월셋방에서 지내고 있다.

A씨는 같은 장애인들에게 사기 당할 줄은 몰랐다. 그 대가가 너무 참혹하다저 같은 피해자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경찰에 적발된 행복팀 투자사기단의 피해 농아인들은 A씨 말고도 현재 500여 명이 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확인된 피해액만 2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이 사건을 수사한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행복팀 조직원 34명을 붙잡아 총책 등 8명을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투자사기단에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기는 이번 사건이 처음이다.

경찰 조사 결과 행복팀 총책 등 핵심간부들은 피해자들에게서 챙긴 거액으로 고급 전원주택에 고가 외제차를 수시로 바꿔 타는 등 초호화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대규 수사과장은 피해자 대부분이 금융관련 지식이 부족하고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이어서 안타깝다. 가해자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유사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