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화면세점 사건으로 본 '면세점 양극화'

[기자수첩] 동화면세점 사건으로 본 '면세점 양극화'

기사승인 2017-02-09 18:06:03

최근 논란이 된 동화면세점 사건은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문제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호텔신라로부터 빌린 돈을 못 갚아서 자신이 가진 동화면세점 주식을 대신 넘겨야 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채무자와 채권자의 입장이 다르다. 채무를 안 갚는 대신 동화면세점 지분 절반 이상을 호텔신라에 넘기고 싶어하는 김 회장과 지분보다는 빌린 돈을 갚기를 원하는 호텔신라 간의 줄다리기 싸움이 됐다. '아무도 동화면세점을 안 갖고 싶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회장이 동화면세점을 넘기고 싶어하는 배경에는 면세업 구조의 위기가 있다. 김 회장이 동화면세점을 포기하는 이유는 경영난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서울시내면세점이 2년새 서울에만 13곳으로 늘어나는 등 경쟁이 심해지자 자본이 적고 규모가 작아 중소중견면세점으로 분류된 동화면세점은 상대적인 인프라 열세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근 동화면세점은 루이뷔통, 구찌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빠져나갈 정도로 경영에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사드 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되자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이미 치열해진 면세점 경쟁으로 경쟁력이 약한 곳은 더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면세점의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두산과 SM면세점 등은 주말 피크 시간대에도 손님이 거의 없을 정도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요 실패와 사업 노하우의 부족, 관광 네트워크의 미비 때문이다. 그동안의 높은 수익성을 보고 들어갔던 업체들은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 직면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호텔신라는 지난 1월 신규면세점인 HDC신라면세점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신규로 들어선 면세점업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여겨진다. 대기업이자 오랜 면세업 경험으로 노련함을 갖춘 신라와 롯데 등의 기업들만이 어려워지는 기업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승자가 되리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앞으로 면세점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포화 상태로 언젠가는 정리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이 떠돌고 있다. 면세점업 관계자들은 이 사건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면세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을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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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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