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동물약국 왜 안보일까?

우리 동네 동물약국 왜 안보일까?

기사승인 2017-02-20 11:04:06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동물 의료기관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동물약품을 취급하는 약국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 약국에서 동물의약품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 허가 절차는 어렵지 않으며, 비교적 간단한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약 2만개의 약국 중 동물의약품을 취급하는 동물약국은 4000여 곳에 불과하다.

반려동물의 진료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야하지만, 연고, 구충제, 설사약 등 비교적 간단한 상비약품만 필요하거나 여건상 병원이용이 어려울 경우 동물약국을 이용하면 편의성이 한층 높아진다. 또 얼핏 생각하면 일반 약국의 동물의약품 취급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동물약국의 수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실과는 달랐다. 이와 더불어 동물약국의 존재조차 모르는 반려인도 적지 않다. 

동물약국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동물의약품 수급의 어려움’이다. 제약사와 판매업체 등이 동물의약품의 약국 공급을 꺼려왔기 때문이라고 약사들은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고 약국에는 공급을 거절한 제약사와 판매업체, 이를 종용한 수의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사실상 약국에서는 제품이 없어 판매를 못하는 것이다. 약국 판매가 가능한 동물용의약품이 있음에도 제약사 등에서 공급을 안 해주는 일이 많다. 최근 공정위 처분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진 동물약국협회장은 “가벼운 질환에 사용하는 의약품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동네약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편의성과 경제성 면에서 좋다. 동물들에 흔한 피부질환이나 배탈, 설사 등에 사용하는 약과 각종 예방약, 그리고 동물 검사키트 등 의약외품의 경우 동물약국에서 저렴하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물의약품 매출의 90%이상이 동물병원에서 나오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수의사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공정위 시정명령 이후에도 체감 상 희망적인 답변은 못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약사들은 수의사들이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은 2013년 수의사 처방제를 도입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며, 수의사의 처방전 발행 건수도 적은 편이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지난 6일 발표한 대선 정책 공약 건의안에 ‘동물용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수의사 처방제 강제화’를 포함하기도 했다. 약사회는 “수의사 처방내역 공개로 소비자의 알권리를 확보하고 진료와 투약기능 분리로 의약품 오남용을 줄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동물용의약품 의약분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 및 홍보 부족도 동물약국이 적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기준으로 약학대학 교육과정에서 동물약학 과목을 개설한 대학은 단 3곳 뿐이며, 올해 10곳으로 늘어났지만 현재 활동하는 약사들 중 관련 교육을 받은 이들은 부족한 실정이다. 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그 외 동물의약품과 관련된 교육은 지역약사회 중심으로 일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반려동물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있지 않은 약사들의 경우, 관련 지식에 대한 부담을 무릅쓰고 제품 수급과 수익창출이 쉽지 않은 동물의약품 판매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김성진 회장은 “대부분의 의약품들이 동물 기반 실험을 통해서 나오고, 의약품의 성분에 있어서도 사람에게 쓰는 약과 동물의약품 사이에 큰 차이점은 없다. 동물에게도 인의약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 만큼 약사 교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피력했다.

다만 동물병원의 입장은 달랐다. 동물병원단체는 최근 공정위 처분 등 동물용의약품의 약국 공급을 제한하는 일에 대해 ‘불가피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허주형 대한동물병원협회장은 “동물의약품으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예컨대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모든 개에게 같은 양의 의약품을 투약해서 안 되고 동물의 체중, 성질 등 특성에 맞춰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약국에서 제대로 안내할 수 있을지는 우선 의구심이 든다”며 “만일 의약품을 제공해 동물이 사망했다면, 동물에 대한 책임이 엄격한 나라의 경우 책임을 제약사가 지게 돼있다. 이 기준을 따르는 글로벌제약사들은 동물의약품의 약국 제공을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약사들이 추장하는 수의사 처방제 강화에 대해  "동물의약분업을 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수의사 처방전은 동물들의 항생제 오남용을 방지하고 위험한 약을 함부로 찾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농장 등 대규모로 투여할 때 (처방전을) 주로 발행한다. 반려동물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니다. 또 병원에서 진료와 조제가 함께 제공되고 있어 처방전을 요구하는 보호자도 드물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 회장은 “약국에서 동물의약품을 구입하면 저렴한 것은 맞다. 그러나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경제성과 편리성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며 “오히려 인수공통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인의약국과 동물약국을 분리하는 편이 더욱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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