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판커신 실격’으로 불거진 나쁜 손 논란… 얼룩진 스포츠맨십

‘심석희·판커신 실격’으로 불거진 나쁜 손 논란… 얼룩진 스포츠맨십

기사승인 2017-02-22 14:57:38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심석희(20)가 아쉬움을 삼켰다. 심석희는 지난 22일 삿포로 마코마니이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에서 다소 억울한 실격을 당했다. 

판커신(23·중국)의 ‘나쁜 손’이 논란이 됐다. 마지막 바퀴 직선 코스에서 1위로 올라서며 금메달을 눈앞에 뒀던 심석희였다. 하지만 판커신이 코너를 도는 과정에서 오른 다리를 잡아 당겼고, 주춤하는 사이 장이저가 첫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의뭉스런 판정이 이어졌다. 심판은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심석희에게 판커신과의 동반 실격을 통보했다. 심석희 역시 추월 과정에서 손을 댔다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이유였다.   

판커신의 ‘나쁜 손’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소치 동계 올림픽과 몬트리올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도 손을 이용해 다른 선수의 진로를 방해한 전과가 있다. 특히 몬트리올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오른 팔을 이용해 턱을 가격하는 등 유독 심석희와는 악연이 깊다.

판커신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 중학교 1학년 체육교과서에 나오는 스포츠맨십에 대한 정의는 이렇다. ‘스포츠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인간애를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하며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르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스포츠맨십은 나뿐만 아니라 팀, 그리고 경쟁하는 이들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회적 규범에 가깝다. 그러나 판커신에게는 존중도, 인간애도 없었다. 그의 레이스에서는 질척이는 탐욕과 집착 밖에 볼 수 없었다. 

얼마 전 프로농구에서는 ‘나쁜 발’이 화제였다. 안양 KGC 소속 김철욱(24)은 지난 8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 도중 임동섭(26)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 시도했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속공 중에 벌어진 일이라 자칫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김철욱은 이에 대해 “어떻게라도 막아야 한다는 심정이 앞섰다”며 고개를 숙였다. 

치열한 노력 끝에 거둔 열매는 달콤한 게 좋다. 마냥 경기를 즐기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다만 상대를 지나치게 타자화 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판커신과 김철욱의 행동은 ‘나’와 ‘너’를 과도하게 분리하는 과정에서 야기됐다. 스포츠에 몸담은 이상 그들은 경쟁 관계 이전에 동업자다. 어떠한 순간에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잊지 않는 것이 스포츠 선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자 예의다. 우리는 동일한 인간일 뿐,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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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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