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 촛불집회]극단으로 갈린 광화문광장…“특검연장 시급”vs“눈에 흙 들어와도 안돼”

[17차 촛불집회]극단으로 갈린 광화문광장…“특검연장 시급”vs“눈에 흙 들어와도 안돼”

기사승인 2017-02-25 20:42:56

[쿠키뉴스=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이승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100만명의 시민이 초를 들고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2017 민중총궐기’와 ‘17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진행했다. 퇴진행동 측은 오후 8시 현재 본행사에 100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이날 헌법재판소(헌재)의 조속한 탄핵 인용과 박영수 특별검사(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서 탄핵 소추를 의결한 지 벌써 석 달”이라며 “그동안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온갖 꼼수와 궤변으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 했으나 촛불의 힘으로 막아내며 여기까지 왔다. 헌재는 하루빨리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도 시급한 과제”라며 “특검이 수사하고 단죄해야 할 국정농단 정경유착의 범죄는 아직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200만 촛불의 힘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특검 연장을 요구한다”며 “국회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특검의 수사를 보장하는 것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일 3·1절을 맞아 열리는 18차 촛불집회에 대한 시민의 참여도 독려 됐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독립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난 날에 함께 모여 부정부패로부터의 독립을 이루자”며 “‘태극기 집회’를 우리의 더 큰 변화의 열망으로 품자”고 전했다.    

평년 기온을 되찾은 날씨 덕에 시민들은 일찌감치 광장을 찾았다. 특히 가족 단위 참석자들이 많았다. 경기 화성에서 아들,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박재현(41)씨는 “국민은 현재 참을 만큼 참았다”면서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불발되면 국민의 분노가 어디로 표출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전용호(12)군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충격이 매우 컸다”면서 “친구들과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1분간 촛불을 끈 후, 붉은 종이를 대고 다시 불을 켜는 ‘레드카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레드카드는 운동 경기에서 ‘퇴장’을 의미한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8시10분부터 청와대와 헌재, 한화·롯데·SK 등 대기업 본사가 있는 종로·을지로 방면 등 6개 코스로 행진을 벌였다.


같은 날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대규모 태극기집회가 열렸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오후 2시부터 14차 탄핵무효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00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대한문 앞을 가득 메운 시민은 ‘국회해산, 탄핵각하, 탄핵무효’를 외쳤다. 대형 성조기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소속 서석구, 김평우 변호사와 김진태, 윤상현, 조원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연단에 오른 인사들은 탄핵심판은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다. 박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해 논란이 된 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인용될 것인가, 기각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것은 오직 하느님만이 안다. 탄핵 기각을 믿으면 기적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13가지에 달하는 것이 수상하다. 냄새가 난다”면서 “국회가 탄핵사유가 안 되는 것도 끼워 넣었다.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태극기를 두르고 연단에 오른 김 의원은 “제가 법사위에서 특검 기한을 연장하려는 법을 막았다”면서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지 (특검 연장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40대 주부 김모씨는 “언론이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며 “언론이 박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중세시대 마녀사냥 같아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40·여)씨 역시 “JTBC의 태블릿 PC 보도를 보고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인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돌아가는 상황이 미심쩍어 스스로 공부하고 나왔다. 문제의 태블릿 PC가 최순실씨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박 대통령 탄핵도 너무 함부로 결정했다. 재벌도 마찬가지다. 정경유착이라 하는데 재벌이 사회환원으로 기여한 점도 인정해야한다. 삼성 평판이 이렇게 떨어졌는데 말이나 되는 일인가 싶다”고 덧붙였다.


탄기국은 오후 6시까지 본 행사를 진행한 이후 대한문에서 소공로, 회현 로터리, 서울역, 중앙일보사를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거리 행진을 했다.

분신 자살 소동과 폭력사태도 발생했다. 이날 한 60대 남성이 휘발유를 들고 탄핵무효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종북 좌빨을 잡기 위해 할복자살하겠다”고 외치며 분신을 시도하다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또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뿌리던 남성이 탄핵무효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행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탄기국은 내달 1일에도 대규모 집회 동원령을 내렸다.

경찰은 이날 두 집회에 대비해 212개 중대 1만7000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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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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