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쿡!찍어뷰] 또 심판…삼성vs모비스, 판정으로 빛 바랜 명승부

[KBL 쿡!찍어뷰] 또 심판…삼성vs모비스, 판정으로 빛 바랜 명승부

기사승인 2017-02-27 16:34:47

[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심판이 또 한 번 신스틸러가 됐다. 경기가 마무리 되자 포털 사이트에는 심판 판정에 대한 팬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2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16-2017 KCC 프로농구 5라운드 삼성과 모비스의 경기가 열렸다. 3쿼터까지 양 팀이 동점으로 맞서는 접전이 펼쳐졌다. 승패를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문제는 4쿼터 중반 불거졌다. 모비스가 공격을 시도하던 중 양동근과 임동섭에게 더블 파울이 선언된 것이 발단이다. 양동근이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항의하자 심판은 T파울(테크니컬 파울)까지 선언했다. 이로 인해 모비스의 팀 파울도 다섯 개가 됐다.

팽팽했던 경기가 단번에 느슨해졌다. 주어진 자유투 하나를 라틀리프가 성공시켰다. T파울 규정에 따라 공격권도 삼성에게 돌아갔다. 또 이 과정에서 김효범의 파울이 선언되며 팀 파울 규정에 따라 삼성에게 자유투 두 개가 주어졌다.

끝이 아니었다. 작전타임을 빌어 양동근이 심판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재학 감독에게 또 한 번의 T파울이 선언됐다. 양동근에게 벤치로 돌아오라고 보낸 신호가 심판진에 대한 조롱으로 비춰졌다. 상황이 종료되자 점수는 6671까지 벌어졌다. 심판의 의뭉스러운 개입이 야기한 참극이었다.

돌이켜봐도 의아한 판정이었다. 더블 파울은 납득할 수 있다. 양동근이 무빙 스크린을 쳤다. 다만 잇따라 선언된, 특히 유재학 감독에게 내려진 T파울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KBL은 몇 해 전부터 각 팀의 주장을 통해서만 항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따라서 심판에게 항의한 양동근의 행동은 규정 상 문제가 없다. 더불어 유재학 감독의 제스처도 큰 문제가 없었다. 격양된 모습을 보이거나 소리를 친 것도 아니었다.

KBL T파울 규정에 따르면 심판은 경고를 주거나 또는 명백히 의도적이지 않고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위반에 대해 테크니컬 파울을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나치게 휘슬이 민감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난주 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어 심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으로 확인된 유도훈, 추승균, 조동현 감독에게 엄중 경고 처분을 내렸다. KBL은 이러한 처분이 원활하고 공정한 심판 판정을 위해 일종의 예방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 밝혔다. 추후 벌어지는 월권행위에는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보인 심판의 모습은 KBL의 제재가 결국은 심판의 권위세우기에 목적을 둔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을 품게 만든다. 물론 심판 판정은 존중돼야 한다. 판정 역시 경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준이 불명확한 T파울 휘슬은 어느 때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심판 판정을 둘러싼 논의는 오래 전부터 한국 농구를 둘러싼 화두였다. 크고 작은 오심으로 심판 자질을 의심하는 시선들도 곳곳에서 불거졌다. ‘스폰서 콜이라는 웃지 못 할 단어까지 생겼다. KBL은 한국 농구 발전 포럼을 여는 등 심판 능력 검증을 위해 다양한 심사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어느덧 5라운드 중반을 넘기고 있는 올 시즌도 이전과 다르지 않다.

지난 7일 안양 KGC와 고양 오리온 경기에서 결정적인 오심이 발생했다. KGC 이정현이 경기가 종료되기 직전 트래블링 바이얼레이션을 저질렀지만 휘슬은 침묵했다. 이정현의 슛이 득점으로 인정됨에 따라 KGC10199로 오리온에게 승리했다.

22일 KT와 SK의 경기에서도 판정 논란이 불거졌다. 4쿼터를 1분45초 남겨두고 김영환이 3점 슛을 성공시켰다. 점수는 69대73, 얼마든지 추격이 가능한 점수 차였다. 그런데 심판이 김영환의 공격자 반칙을 선언했다. 득점이 무효화됐다. 김영환이 슛 동작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SK 최준용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당초 추가 자유투 기회를 얻을 것이라 생각했던 KT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중계 카메라를 돌려본 결과 블로킹을 위해 점프한 최준용의 오른발이 김영환의 다리를 공중에서 건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KBL 규정에 따르면 슛 동작은 슛을 한 뒤 양 발이 코트에 착지하기까지의 과정을 의미한다. 수비 위치를 미리 잡지 않은 최준용이 김영환의 슛 동작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는 엄연히 최준용의 파울이었다. 하지만 심판은 끝내 판정을 바꾸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의 의미가 퇴색되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같은 날 26일 치러진 LG와 동부의 경기에서도 두 명의 심판이 동시에 각각 다른 종류의 파울을 선언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팬들의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는 행보다.

2015KBL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심판부와 경기 운영 부문을 사무국 조직에서 분리·독립 시켰다. 판정의 공정성 확립을 위함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논란 속에선 KBL이 책임 회피를 위해 심판부를 분리시켰다는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이날 잠실 실내체육관에는 삼성 클래식 데이를 맞아 5000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몰렸다. 그 가운데에는 문태영의 7000득점 시상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KBL 김영기 총재가 있었다. 김영기 총재는 2014년 부임하면서 프로농구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판정에 의해 좌우되는 경기 행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가 바라는 한국 농구의 부흥은 없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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