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1라운드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KT와 SKT가 굳건한 2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롱주, 삼성, MVP가 치열한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MVP는 ‘맥스’ 정종빈의 재기발랄함을 필두로 대어 KT를 잡아내는 등 1라운드 돌풍의 주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KT와 SKT, 두 팀의 강함은 유럽무대를 호령 중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SPL)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떠오르게 한다. ‘인간계 최강’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삼성과 유사하고, 레알 마드리드를 시달리게 한 세비야는 MVP와 닮았다. 거대한 자본 투자에도 시간이 필요했던 롱주는 만수르의 맨체스터 시티를 상기시킨다.
아프리카의 경우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한 ‘의적’의 면모를 과시하며 팬들에게 기쁨과 좌절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선사했다. 이는 흡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리버풀을 떠오르게 한다.
이번 <롤챔스 e뷰>에서는 롤챔스 팀들의 면면을 유럽축구팀에 빗대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1. 롱주 게이밍- 맨체스터 시티
처음 맨체스터 시티가 중동 거대 자본에 인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당시만 해도 팀 성적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인수 직후 첫 이적시장에 돌입한 맨시티는 여름과 겨울 사이 션 라이트 필립스, 파블로 사발레타, 데 용, 웨인 브리지 등의 선수를 영입하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 해 맨시티는 10위의 초라한 성적으로 리그를 마감해야 했다. 이후에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맨시티이지만 문제는 조직력이었다. ‘우승 청부사’ 로베트로 만치니 감독은 규합에 초점을 두고 조직력을 다지며 이듬해 팀을 5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다음해 3위로 시즌을 마무리 지은 맨시티는 2011-2012시즌에서야 비로소 리그 우승의 성과를 거뒀다. 리빌딩 4년만의 쾌거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롱주 게이밍도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의 자본 투입 이후 정상급 선수를 다수 영입한 롱주이지만, 지난 시즌 강등권 바로 위 순위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지난해 스프링에서는 두 세트에 10명의 선수가 출전하며 ‘모래알 조직력’이란 비판도 받았다.
이번 시즌 롱주는 미드 라인에만 로테이션의 여지를 두고 나머지 라인은 한 명으로 고정했다. 국내 최고 바텀 듀오인 ‘프릴라’ 김종인(PraY), 강범현(GorillA)을 비롯해 미드 라이너로 송용준(Fly), 곽보성(BDD)을 영입했다. 아울러 구본택(Expession), 이동우(Crash)와 재계약하며 팀 규합을 꾀했다.
롱주는 시즌 초반 KT, SKT, 삼성 등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을 잇달아 만나는 불운 속에서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후 BBQ, 락스, 진에어, 콩두, 아프리카에 차분히 승을 쌓으며 5승3패 3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하단 ‘프릴라’가 구 롱주 멤버와 시너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게 고무적이다. KT, SKT, 삼성으로 이어지는 ‘BIG3’에 패했지만 BBQ, 락스, 진에어, 콩두를 깔끔하게 이기며 실속을 챙겼다.
이 팀이 가능성을 넘어 우승경쟁에 뛰어들 시기는 어쩌면 올해 안이 될지도 모른다.
2. KT 롤스터-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의 ‘갈라티코(Galactico) 정책’의 중심에는 특급 선수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 통 큰 씀씀이가 있다. 방송 중계권료나 입장권 판매와 같은 경기 당일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해 왕실(Real)의 품위를 유지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성적은 네임 벨류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가 루이스 피구를 시작으로 지단, 베컴, 호나우두, 오언 등의 슈퍼스타를 영입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쏟고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자 으레 미디어 매체들은 공수 조직력을 꼬집었다.
지난 시즌까지 KT는 꾸준히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국내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는 전통 있는 롤스터의 성에 차지 않았다.
KT는 이번 시즌 가장 완벽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세체탑’ 송경호(Smeb)를 비롯해 ‘2014 삼성 왕조’를 이끈 슈퍼스타가 셋이 합류했다. 그리고 한왕호(Peanut)과 정글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 고동빈(Score)은 잔류에 성공했다.
이번 리빌딩이 라이벌 통신사인 SKT의 롤드컵 3회 우승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란 평가가 심심찮게 나온다. 2014년 롤드컵 영광을 쓴 삼성 출신 최고급 선수들이 SKT의 대항마로 팀에 합류했다.
지난해 지네딘 지단이 지휘봉을 잡은 뒤 레알은 40경기 연속 무패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갈라티코 2세대라는 비꼼을 뒤로하고 레알은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을 제치고 프리메라리가 1위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호날두-벤제마 등으로 이어지는 공격뿐 아니라 쓰리백-포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수비 조직력은 이번 시즌 가장 완벽한 팀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
KT 롤스터의 최대 숙제는 조직력이었다. 뛰어난 오더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조세형이 점차 한국 분위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락스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에서 팀 유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BBQ, 롱주 등과 대전을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올라갔다. 다만 MVP전과 같이 밴픽단계에서 흐트러질 시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 다섯이 모인 판국에 서로에 대한 믿음도 믿음이겠지만 이지훈-오창종-정제승으로 이어지는 코치라인과 조세형의 오더는 ‘SKT 절대 왕조’에 대항할 팀으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대규모 리빌딩을 감행한 이 팀에 대한 흥미로운 활약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3. 아프리카 프릭스- 리버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사람 내지는 집단을 흔히 ‘의적’이라 부른다. 장길산, 임꺽정, 홍길동, 로비 후드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시대에 썩은 권력을 응징하며 도적이 되기를 마다 않았고, 민심은 이들을 ‘의로운 도적’이라 칭했다.
그러나 스포츠팀에게 의적 호칭은 그리 달가운 게 아니다. 어떤 팀을 상대하든 얻을 수 있는 승점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겨야 할 팀에 이기지 못하면 시즌 성적이 좋을 수 없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소속 리버풀은 이번 시즌 BIG6로 평가받는 첼시,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등을 상대로 4승4무의 성적을 거뒀다. 1위 감이라 할 만하지만 이들의 실 순위는 5위다. 스완지, 헐시티, 번리, 본머스 등 강등권에 있는 팀들에 의아한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의적풀’로 굳어가는 팀 색깔에 시름이 깊다.
아프리카 프릭스 팬들은 이번 시즌 기대와 실망을 격하게 오가고 있다. 이적시장에서 마린-스피릿-쿠로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라인업이 성사되자 팬들은 한껏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지만 정작 이겨야 할 팀에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질 상대’엔 이겼다.
아프리카는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BIG3’으로 평가된 삼성을 잡을 때만 해도 아프리카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다음 경기에서 MVP에 무기력하게 패하더니, 진에어의 유일한 시즌 1승 제물이 되기도 했다.
이번 시즌 아프리카는 SKT, 삼성, 락스에 이기고 KT, MVP, BBQ, 진에어, 진에어, 롱주에 졌다. BIG3 중 두 팀을 잡았지만, 중하위권으로 평가된 팀들에 쉽게 승점을 내줬다.
아프리카의 다음 상대는 콩두다. 1승7패 득실 -11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콩두는 아프리카를 상대로 자신감을 찾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 아프리카로서는 실속을 챙기고 싶은 경기지만 반갑지 않은 꼬리표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의적으로 남아있는 한 아프리카의 플레이오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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