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했는데 시험 치렀다고?” 교육부, ‘제2의 장시호’ 394명 적발

“입대했는데 시험 치렀다고?” 교육부, ‘제2의 장시호’ 394명 적발

기사승인 2017-03-29 16:18:59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수차례 학사경고에도 졸업장을 받은 체육특기자가 무더기 적발됐다. ‘학점 퍼주기’로 축약되는 장시호 사태 이후 진행된 조사에서 제2, 제3의 장시호가 10여년동안 4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 재학생이 100명 이상인 대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학사관리 실태조사 결과 부당하게 학점을 따거나 졸업한 학생, 학사관리를 제대로 안한 교수 및 강사들이 대거 적발됐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체대, 용인대, 연세대 등 17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군 입대 및 대회 출전으로 학교 출석이 어려움에도 시험을 치른 것으로 처리해주는 등 학사관리를 부실하게 한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말 장시호씨가 연세대 체육특기생으로 부정입학한 뒤 학점을 부당하게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연세대를 시작으로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4개 대학에서 394명에 달하는 이들이 학사경고가 누적되고도 졸업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적 불량으로 학사 경고를 3회 받았으나 아무런 제재 없이 졸업식을 치렀다. 대개 대학교는 성적으로 인한 3회 학사 경고 시 제적하도록 학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체육특기자는 고려대가 236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연세대가 123명, 한양대가 27명, 성균관대가 8명이었다. 체육특기자 100명 미만 학교가 모두 조사대상에서 제외된데다가 관련 학칙이 없는 대학도 상당수 있어 실제로는 더 많은 특기자들이 학칙을 어기고 졸업장을 취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학사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교수와 강사는 450여명이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학칙을 소급 적용해 해당 위반자들에 대한 졸업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의 ‘부당거래’는 ‘정상거래’가 된 셈이다. 교육부는 “위반 건수 등을 고려해 해당 대학들에 기관경고와 행정조치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힐 뿐 위반 학생 징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가운데 332명이 부당하게 출석을 인정받거나 학점을 땄다. 이 중 8명은 시험에 대리 응시했거나 과제물을 대리 제출했다. 한 학생은 군대에 입대해 있었음에도 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것으로 표기돼있어 충격을 줬다. 또 다른 학생은 병원 진료기간과 입원일수를 조작해 수업에 빠지고도 학점을 받았다. 이는 학칙을 넘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항이다.

출석 일수가 모자라는데도 학점을 딴 사례는 수백건에 달했다. 교육부는 각 학교에 해당 학생의 학점 취소와 함께 담당 교수 및 강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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