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임’ 슈틸리케 감독, 성적으로 보는 '환호'와 '야유' 사이

‘유임’ 슈틸리케 감독, 성적으로 보는 '환호'와 '야유' 사이

기사승인 2017-04-03 17:01:05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2014년 부임, 2015년 각종 기록 경신, 그리고 2016년 경질설까지.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의 희비가 단 1년 만에 엇갈렸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3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슈틸리케 감독에게 지휘봉을 계속 맡기기로 했다고 결정했다.

기술위는 월드컵 최종예선이 3경기밖에 남지 않은데다가 슈틸리케 이상의 거물급 감독 섭외가 단기간 이뤄지기 힘든 점을 들며 이같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5년 각종 신기록을 경신하며 환호성을 받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불과 1여년 만에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월드컵 진출여부를 결정하는 최종예선에서 연이어 좋지 않은 경기력이 나오자 슈틸리케 경질론이 대두된 것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9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의 4차전에서 ‘유효슈팅 0개’로 0대1 패배했다. 앞서 ‘승점’과 ‘원정 징크스’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던 슈틸리케였지만 경기 내용은 매우 무기력했다. 

여론의 질타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이 어떤 감독과 선수를 데리고 와서도 (이란 원정전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엔 분명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엔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던 손흥민이 뛰었던 터라, 이란전 패배를 한국의 징크스와 공격수 부재로 돌리는 듯한 어투에 축구팬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불만은 그 이전에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같은해 9월에 진행된 중국, 시리아전에서 한국은 각각 3대2, 0대0의 성적을 냈다. A조에서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두 팀에게 고전했기에 팬들은 서서히 의문부호를 달았다.

중국과의 홈경기는 초반 3득점으로 우위를 점했으나 후반 2실점을 내리 허용하며 일순 수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제3국에서 치른 시리아전에선 주도권을 쥐고도 좀처럼 공격찬스를 잡지 못하며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곧장 열린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서도 3대2로 매우 불안한 줄타기를 했다. 전반 선취골을 넣고도 내리 두 골을 허용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지동원과 손흥민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진땀승을 거뒀다. A조 최약체를 홈으로 불러들인 것 치고 그다지 만족할만한 경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중국 후난성 성도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6차전에서 조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중국에 0대1로 무릎 꿇었다. 경기를 내내 주도했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다바오에게 허용한 헤딩슛 한 방에 무너졌다. 5일 뒤 열린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 1대0 승리를 거뒀으나 마찬가지로 불안한 경기력에 팬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국은 4승1무2패 승점 13점으로 A조 2위에 자리하고 있다. 1위 이란(17점)가 멀찌감치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즈베키스탄(12점)이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에서 최소 승점 22점을 따내야 본선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한국은 홈 1경기, 원정 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한 경기 한 경기가 가시밭길이다. 홈에서 이란과 맞붙어야 하고, 원정은 카타르, 우즈벡 등 중동전이다.

8회 연속 본선 진출로 아시아 맹주를 자처했던 한국이 21세기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슈틸리케의 현 상황은 2015년과 매우 대조된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 20경기 중 16승3무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1패는 호주 안방에서 진행된 아시안컵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패한 게 유일하다. 

2015년 슈틸리케호는 경기당 평균 0.2실점을 기록, 피파 가맹국 중 가장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이 외에도 17경기 무실점, 골득실 +40, 7경기 연속 무실점 등의 신기록을 세웠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칭송은 분명 남달랐다.

슈틸리케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축구종목으로는 가장 큰 축제인 월드컵 무대에서 궁지에 몰렸다. 매 경기 짧은 소집 기간도 있었지만, 어쨌든 역사는 기록으로 남는다. 축구 팬들의 시선은 자못 진지하다. 슈틸리케가 쏟아지는 질타를 환호성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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