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남상미 “윤하경은 ‘흰 쌀밥’이라는 말… 이거구나 싶었죠”

[쿠키인터뷰] 남상미 “윤하경은 ‘흰 쌀밥’이라는 말… 이거구나 싶었죠”

기사승인 2017-04-18 19:32:48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배우 남상미가 KBS2 ‘김과장’에서 맡은 윤하경은 드라마의 여주인공이었다. 경리부에 들어온 김성룡 과장(남궁민)과 함께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이다. 하지만 기존의 여주인공과는 달랐다. 재벌 2세에게 사랑을 갈구하지도 않았고, 남자 앞에서 수동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그려지지도 않았다. 대신 TQ그룹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믿는 강한 신념을 가진 여성으로 그려졌다.

‘김과장’에는 윤하경이 주인공 김성룡과 멜로 라인을 형성하는 뻔한 전개도 없었다. 대신 악역인 서율 이사(준호)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것마저도 드라마의 중심은 아니었다. 소프트볼 선수 출신인 윤하경이 퇴근 후 야구 연습장에서 배트를 휘두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은 캐릭터의 성격을 요약하는 장면이었다. 지난 13일 서울 동광로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남상미는 전부터 하고 싶었던 역할을 만났다고 털어놨다.

“여주인공이 꼭 멜로의 중심에 서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윤하경이 동료들의 애환을 보듬어줄 수 있는 여성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제안한 것을 제작진 분들이 잘 수용해주셔서 윤하경은 진부한 멜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소프트볼 선수 출신이라는 설정은 작가님이 원하셨던 거예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일본 여자 모델이 배트를 휘두르는 광고 영상을 보여주셨죠. 그러면서 이 모습만 연출될 수 있으면 더 바라는 게 없다고 말하셨어요. 배트를 휘둘러본 적은 없지만, 윤하경이 제가 하고 싶었던 능동적인 역할이라는 걸 한눈에 알겠더라고요. 작가님과 궁합이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남상미는 ‘김과장’에서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됐다. 앞서 캐스팅된 배우들이 누군지 보고 대본을 봤더니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대본에 담긴 인간적인 이야기와 따뜻함에 끌렸다. 남상미는 윤하경이 어떤 역할인지 이재훈 PD에게 물어본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윤하경은 어려운 역할이었어요. 접근하기도 어렵고, 잘못하면 다른 캐릭터에 밀려 죽을 수도 있는 캐릭터였죠. 드라마 초반에 ‘윤하경의 존재는 뭔가요’라고 감독님에게 물었어요. 그랬더니 ‘우리 하경이는 흰 쌀밥이죠’라는 말을 해주셨죠. 그 말을 듣고 이거구나 싶었어요. 윤하경은 드라마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해주고 그들의 바탕이 되어주는 역할이구나 생각했어요. 어떤 선배님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이영애 씨가 맡은 역할이 어려운 포지션이라면서 윤하경도 비슷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의 고민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알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죠.”

남상미는 ‘김과장’을 통해 오랜만에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비췄다. 2014년 방송된 KBS2 드라마 ‘조선총잡이’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그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남상미는 오랜만에 촬영 현장에 복귀했지만, 육아나 결혼 생활보다 일하는 것이 더 쉽다고 느꼈단다. 아내가 되는 것도, 엄마가 되는 것도, 분유를 먹이는 것도 모든 게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은 남상미를 두려움 없이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촬영 현장에서 마주하는 배우들의 반응도 이전과 달랐다.


현장에서 만나는 배우 분들이 제가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갖고 온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인간 남상미로 살았던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운이 생긴 것 아닌가 싶어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두려움이 없어진 시간이었어요. 전에는 잘 해야 된다는, 여기서 못 보여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물론 긴장감을 갖고 가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있는 촬영장 분위기를 될 수 있으면 좋게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던 일을 오랜만에 하니 신나기도 했어요. 육아보다는 쉽더라고요.”

남상미는 틈만 나면 함께 연기한 배우들을 칭찬하는 데 힘을 쏟았다. “어떻게 이런 인연을 선물로 주셨는지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도 했고, ‘김과장’에 대해 “사람을 남겨준 작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김과장’ 팀의 호흡이 좋았고 분위기가 좋았다는 얘기다. 초반부터 드라마의 성공을 예감하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연기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안 와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지막으로 남상미는 ‘김과장’이 자신에게 행운이었다는 얘기를 전했다.

“‘김과장’을 통해 남상미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알리게 된 계기가 돼서 좋았어요. 저 스스로도 연기하는 걸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죠. 좋은 시기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기왕이면 좋은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힘들고 지루할 때 찾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배우로서도 진정성 있는 배우, 인간적인 배우라는 타이틀은 항상 가져가고 싶어요. 진정성을 이길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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