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38세 정기고 씨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 나왔습니다”
케이윌은 위와 같은 말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의 문을 열었다. 케이윌의 말처럼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는 정기고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다. 그가 데뷔한 지 16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정규앨범이기도 하다.
20일 오후 3시 서울 이태원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정기고의 정규앨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발매 기념 공연이 열렸다. 같은 소속사 동료이자, 평소 정기고와 돈독한 관계로 알려진 가수 케이윌이 공연의 진행자로 나서 정기고를 응원했다.
2002년 I.F의 ‘리스펙트 유’ 피처링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정기고는 이후 도끼, 더콰이엇, 에픽하이 등 유수의 뮤지션과 협업하며 이름을 알렸다. 힙합 팬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였던 정기고는 2014년 씨스타의 소유와 함께 부른 ‘썸’으로 전환기를 맞는다. ‘썸’은 음원차트 1위에서 오랜 기간 머무르며 정기고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렸다. 일부만 알고 들었던 그의 이름과 목소리를 세상이 알게 된 것.
이처럼 정기고는 협업을 위주로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오롯이 그의 음악이 담긴 앨범이 없다는 것은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기고는 “오래 기다린 팬들이 이번 앨범을 어떻게 들을지 가장 궁금하다”며 “제가 지금껏 팬들 덕분에 힘을 내서 음악을 해온 만큼, 이번에는 팬들이 제 음악으로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첫 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소감을 전했다.
16년 만에 나온 첫 정규앨범인 만큼 감회가 남다를 법하지만, 정기고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었다. “아직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기고는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는 뿌듯함은 있지만, 이 앨범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며 “오래 준비한 것에 비해 대단하지 않아 실망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썸’으로 활동할 때 정말 좋은 결과를 얻었고 지금은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음원차트나 TV를 잘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며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정기고에게 ‘썸’ 활동은 영광의 시작이었던 동시에 낯선 세계로의 진입이었다. 아직까지도 ‘국민 썸남’으로 불리는 그에게 ‘썸’은 어떤 의미일까. 정기고는 이에 대해 “저에게 ‘썸’은 넘어서야 하는 것도 벗어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을 만날 수 있는 가수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썸’은 제가 만든 노래가 아니기에 저에게 약간 의미가 다를 수도 있다. 저는 이 앨범을 시작으로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했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정규앨범을 위해 오래 고민하고 완성된 결과물을 수없이 뒤집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과정을 반복했다는 정기고는 “과거에는 차트 안에 들어가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음악을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많은 분이 있기에 이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이런 고민을 모두 정리해서 담아낸 것이 이번 앨범”이라고 고백했다.
고민이 길었던 정기고가 선택한 것은 정공법이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2002년부터 자신이 써온 곡 스타일을 잃지 않는 것에 중점을 뒀다. 정기고는 “유행하는 사운드를 쓰는 대신 나중에도 계속 들을 수 있는 사운드 구현을 위해 노력했다”며 “제가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를 쓰다 보니 개인적인 것들이 담겼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주제이지만, 이 앨범을 그냥 저의 노래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6시 첫 번째 정규앨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발표하는 정기고는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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