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2014년 첫 EP앨범 ‘20’을 낸 혁오는 아는 사람만 아는 밴드였다. 2017년 정규앨범을 내는 혁오는 모두가 아는 밴드다. 2년간 여러 일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혁오와 혁오의 노래를 알게 된 것. 짧은 시간 내에 겪은 큰 변화 때문일까. ‘23’의 주된 정서는 청춘의 불안과 모호함이다.
혁오는 24일 오후3시 서울 독서막로 디뮤지엄 4F 스튜디오에서 첫 번째 정규앨범 ‘23’의 발매 기념 음감회을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스튜디오에 등장해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고 운을 떼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혁오의 정규앨범 ‘23’에는 총 12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은 ‘가죽자켓’과 ‘톰보이’(TOMBOY) 두 곡이다. ‘가죽자켓’은 경쾌한 날 것의 느낌이 나는 노래다. 오혁은 음감회를 위한 가사집에서 “앨범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만든 곡”이라고 이 노래를 소개했다. ‘가죽자켓’의 뮤직비디오는 파격적인 시각 연출로 노래를 표현해 시선을 끌었다.
‘가죽자켓’이 청춘의 불안함을 담은 노래라면, 두 번째 타이틀곡 ‘톰보이’는 혁오의 사랑 노래다. ‘가죽자켓’에 비해 멜로디가 서정적이지만, 혁오는 이 노래를 통해 사랑의 아름다운 단면만을 노래하지는 않는다.
노래를 만든 오혁은 “타이틀곡 ‘가죽자켓’은 지난해 슬럼프를 보내고 만든 노래다.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슬럼프의 원인을 생각해 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며 “아직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긴장이 습관이 되고 고민이 또 하나의 고민이 된 것을 보며 어떻게 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지를 서사화해 풀어낸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톰보이’는 제가 생각하는 청춘의 두 가지 단면 중 우울한 모습을 담았다”며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선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싶음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담은 노래”라고 덧붙였다.
‘23’에는 앞선 전작 ‘20’과 ‘22’ 보다 더욱 깊은 감정이 솔직하게 담겼다. 오혁은 “전작의 염세적이고 자조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작정했을 때 극심한 슬럼프가 왔고 6개월 간 곡 작업을 중단했다. 자연스럽게 노래가 우울하게 나왔다”며 “전작에는 우울함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티내지 말자는 태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잊었다. 사운드에 분노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혁오가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모두의 밴드가 되는 데에는 방송의 영향이 컸다. MBC ‘무한도전’ 출연 이후, 가요제 노래뿐 아니라 EP앨범에 수록된 ‘위잉위잉’ ‘와리가리’ 등이 크게 사랑 받은 것. 이처럼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상황에서 혁오는 자연스레 많은 고민을 했지만, 처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혁은 “저희가 운 좋게 ‘무한도전’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을 한 번에 받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았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대중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사실 대중성을 담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지만, 어떻게 만들지 몰라 이런 게 나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애초에 우리 4명은 돈을 많이 벌고 록스타가 되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니다. 일종의 가훈이 있다면 ‘재미있는 것을 열심히 오래하자’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혁오의 멤버들은 노래에 담은 명확한 감정과 주제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런 것 같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모호함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오혁은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상황만 나열돼 있지 결과가 주어진 곡이 없다”며 “저도 청춘의 고민 안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시간이 흘러가는 중이구나 생각할 수 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혁오는 정규앨범 ‘23’을 24일 오후 6시 공개하고 공연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