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음악방송 1위, 라붐에게는 축배이자 독배 됐다

[친절한 쿡기자] 음악방송 1위, 라붐에게는 축배이자 독배 됐다

음악방송 1위, 라붐에게는 축배이자 독배 됐다

기사승인 2017-05-02 20:27:06

[친절한 쿡기자] 통상적으로 가수가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면 축하를 받습니다. 그러나 걸그룹 라붐은 1위를 거머쥐었음에도 마냥 축하를 할 수만은 없는 입장입니다. 바로 ‘사재기’논란 때문입니다.

라붐은 지난달 17일 2번째 미니앨범 '미스 디스 키스'(MISS THIS KISS)를 발매하고 컴백했습니다. 데뷔한지 벌써 햇수로 4년차가 된 그룹이기에 성적에 대한 갈망은 팬과 가수 모두 동일했죠. 라붐의 팬들은 아직 트로피가 하나도 없는 그룹을 위해 앨범을 사 모으는 한편, 다양한 프로모션을 도왔습니다. 스스로 인형탈을 쓰고 라붐의 홍보를 위해 길거리에 나선 한 팬의 열정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될 정도였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앨범 초동판매량이 2만8000여장이라는 수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결국 라붐은 지난 28일 방송된 KBS2 '뮤직뱅크'에서 1위 트로피를 차지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아이돌 팬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라붐이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각인되는 순간이었죠.

그러나 대진운이 나빴던 것일까요. 1위 후보 상대가 가수 아이유임이 알려지며 라붐의 1위 트로피는 사재기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아이유는 새 앨범을 발매한 직후 전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으로 컴백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라붐의 타이틀곡 ‘휘휘’는 1위 전엔 300위대에 머물다가 1위를 하고서야 음원순위 100위권 안에 안착했습니다. 성적도 낮고 인지도도 아이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어떻게 1위를 했냐는 것이죠.

두 가수 사이에 차이나는 것은 오로지 음반점수였습니다. 1위 트로피를 라붐 측에 시상한 KBS측은 “음반점수 데이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연스레 라붐 측이 음반을 사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번졌고, 멤버들의 SNS는 악플로 도배됐죠.

라붐의 소속사 NH엔터테인먼트는 결국 2일 음반판매량 변화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놨습니다. "더 이상의 이미지 실추와 팬들의 고충을 두고 볼 수 없어 입장을 밝힌다"는 NH측은 "지난 2월 'S사'와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모델 광고 계약을 체결 후 광고 촬영까지 마쳤다. 'S사'는 국내에만 500여개이상 체인점이 있으며, 국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가맹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그룹이다. 2017년 라붐을 광고모델계약으로 체결한 광고주 측은 전국 매장 및 해외 매장에 이벤트 프로모션용 이용고객 증정 이벤트를 제안했다. 광고사는 유통사를 통해 정당하게 CD를 이벤트 규모에 맞게 구입했으며, 직접 국내외 매장 방문 사인회 프로모션 및 이용고객 증정 이벤트로 공지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네티즌들은 여전히 사재기라는 입장을 양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프로모션용 대량 구매 또한 사재기의 한 종류라는 것이죠. 타 아이돌 그룹의 팬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런 식으로 홍보용 CD를 공식 판매량에 포함시키면 1위 한 번쯤 하지 않고 지나가는 그룹이 어디있겠느냐”라며 씁쓸함을 표했습니다. 지상파 음악방송 1위가 라붐에게는 축배이자 독배가 된 셈입니다.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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